메리츠화재 '금피아' 논란 속 타사 살펴보니…
당국 권고 무시 배경에 금감원 출신 인사 지목
보험업계 관료 출신 인사 28명…금융권 최다
"관피아 금융사 재취업 심사 강화해야"
2022-10-19 06:00:00 2022-10-19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메리츠화재(000060)를 비롯한 보험사 고위직에 금융관료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금융당국과의 다툼 과정에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서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출신들의 민간 금융사 재취업 문제가 도마에 오를 예정이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협회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업계의 기재부·금융위·금감원 출신 인사는 28명에 이른다. 은행(21명), 증권(13명), 저축은행(28명), 카드(8명), 자산운용(16명) 등 저축은행과 함께 가장 많은 규모다.
 
특히 금융당국 출신 임원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곳은 소비자보호를 두고 금융당국과 다툼이 많은 보험업권이다. 메리츠화재가 최근 '유사암 100% 납입면제'를 두고 금감원의 상품 구조 개정 권고를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앞서 보험업계가 금감원 권고로 납입면제 한도를 낮췄지만 메리츠화재는 기존 상품구조를 계속 유지한 상태에서 판매를 이어왔다. 메리츠화재가 금감원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에 금감원 출신 임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감원 출신의 임원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메리츠화재와 금감원 간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서수동 부사장은 금감원 생명보험검사국·기획조정국·보험감독국 등을 거쳤으며 생명보험검사팀장, 금융투자검사팀장, 조직예산팀장을 역임했다. 지난 2020년 12월 메리츠화재의 전무로 영입돼 윤리경영실장을 맡고 있으며, 1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각사 공시와 정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보험사에 포진해있는 금융당국 출신 인사는 장관급부터 실무급 출신까지 다양하다. 먼저 4대 손해보험사 경영진(임원·사외이사) 상황을 살펴보면 삼성화재에는 전 국회의원이자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 상임위원 출신인 박대동 사외이사, 금융위 회계감독팀장 출신 김선문 상무가 있다.
 
현대해상(001450)의 최고감사책임자를 맡고 있는 이길수 전무는 금감원에서 손해보험서비스국 특수보험팀장, 생명·손해보험검사국 검사기획팀장 등을 역임했다. DB손해보험에서 감사를 맡고 있는 문정숙 사외이사는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처장(부원장보)을 지낸 인물이다. KB손해보험은 금감원 분쟁조정국장·광주지원장, 손해보험협회 전무 출신인 서경환 감사총괄을 지난해 영입했다.
 
생명보험사 중 삼성생명(032830)에는 기재부 장관 출신 유일호 사외이사가 재직 중이다. 이한샘 한화생명 상무는 금융위 금융혁신과 서기관 출신이다. 신한라이프는 성대규 사장이 금융위 보험과장·행과장과 보험개발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올해 3월부터 신한라이프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제21대 관세청장, 2006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등을 거친 금융당국 출신 인사 가운데도 거물급 인사다. NH농협생명에는 전 금감원 생명보험검사국장인 문재익 이사가 감사 총괄을 맡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가 금융사에 진출하는 것은 공직자 윤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민간 금융사에 재취업한 관료 출신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금융당국의 조직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공직자윤리법상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강화해, 관료들의 금융사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험업계 관계자는 "같은 금융당국 출신이라 하더라도 대관업무를 하느냐, 감사업무를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금감원 같이 감사 업무와 업무 유사성이 높은 곳 출신의 인사가 보험사에서 감사 업무를 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관피아'의 '방패막이' 역할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밝혔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가 7월 14일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기재부 출신 관피아 권력지도 기자간담회에서 자료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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