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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노동자와 협의 없는 이례적 인사이동은 위법"
2022-10-02 09:00:00 2022-10-02 09: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취업규칙에 인사이동에 관한 협의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사전 협의 없이 이례적인 인사가 시행됐다면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원고 A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보 처분의 경우와 같은 전례는 찾아볼 수 없으므로 B씨가 쉽사리 예견할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인 불이익을 가하는 인사명령”이라며 “비록 취업규칙 등에 전보 처분에 관한 협의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조합은 전보 처분에 앞서 B씨와 협의를 거쳐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지만,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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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B씨가 오랜 기간 여·수신 실무를 떠나 실무 경력이 단절됐는데, 이러한 업무를 맡기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이 든다”라며 “전보 처분의 업무상 필요는 인정되지 않는데 B씨에 대한 사회·경제적, 정신적 불이익의 정도는 상당히 무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전보 처분은 인사권을 남용한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라며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1999년 6월 A조합에 입사한 B씨는 2018년 3월부터 차장 직위의 지점장으로 근무했지만, 2020년 10월 한 지점의 여신팀장으로 전보됐다. 해당 지점의 여신팀은 팀장 한 명으로만 구성돼 있었고 2007년 이후로 직원 관리 업무만 담당해 왔던 B씨는 약 13년 만에 창구에서 직접 여·수신 실무를 수행해야 했다.
 
B씨와 같이 차장 직위에 있는 지점장이 여신팀장으로 전보된 인사이동은 이전까지 A조합에 없었던 일로 B씨로서는 자신에게 이 같은 인사이동이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B씨는 관리업무 능력에 탁월성을 보여 자신이 지점장으로 일했던 지점을 종합평가 순위가 꼴찌에서 1위까지 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인사이동 이후 지점장 권한과 수당 등이 상실된 B씨는 사회·경제적으로도 이전보다 어려워졌고, 적응장애 증세가 악화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기까지 했다.
 
이에 지난해 1월25일 B씨는 해당 전보 처분이 부당전보라고 주장하며 인천지방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같은해 4월23일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B씨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크며,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아 부당한 인사”라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A조합은 “전보 처분은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사용자 권한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며 중노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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