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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경준 혁신IB자산 대표 "IPO시장, LG엔솔 이후 끝났다…눈높이 낮춰야"
"발생사들 눈높이 여전히 작년에 머물러…IPO 시장 부진, 당분간 이어질 것"
"IPO시장 활성화 위해 개인·균등배정 없애야…공모주 국가 배당금 돼선 안돼"
2022-10-04 06:00:00 2022-10-04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글로벌 증시 부진과 함께 기업공개(IPO) 시장의 분위기도 변하고 있는데, 발행사들의 눈높이는 여전히 작년과 재작년에 머물러 있습니다. 공모 청약 시장 과열 현상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 이후로 끝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과열 양상을 보이던 IPO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긴축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증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들도 줄줄이 IPO를 포기하고 있다. 올해 들어  상장을 포기한 기업만 20여 곳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 대어들도 줄줄이 IPO를 포기한 데다,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던 더블유씨피(393890)마저 저조한 수요예측 속 공모가를 낮췄다. 유동성 축소로 증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공모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온 것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역대급’으로 흥행하던 작년과는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SK바이오팜(326030)의 상장에서 시작된 IPO시장 과열 양상은 LG에너시솔루션 상장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IPO투자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대표는 투자은행(IB)과 IPO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10년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IB사업본부에 공채로 입사 후 JP에셋자산운용, 한앤파트너스자산운용, 한국연금투자자문 등을 거쳤으며, 케이비제21호스팩과 IBKS제17호스팩의 의장과 신한제7호스팩의 임원 등을 겸직했다. 공모주 열풍이 일던 지난해에는 ‘혁신투자자문 IPO 플랫폼’ 텔레그램을 운영하며 IPO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뉴스토마토>가 IPO 전문가인 이 대표를 만나 IPO 시장 부진의 원인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 IPO 투자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지난해 호황을 보이던 IPO 시장이 올해 들어 침체하고 있다. IPO 시장 침체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향후 시장을 전망해본다면.
 
IPO시장 침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1) 글로벌 증시 부진과 2) LG에너지솔루션 등장으로 인해 소형 투자사들의 여유롭지 못한 자금현황, 그리고 3) 재작년과 작년에 눈높이에 머물러 있는 발행사들의 밸류에이션 욕심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작년의 IPO 호황기를 이끌었던 것은 공급대비 높은 수요였습니다. SK바이오팜 이후 카카오, 빅히트 등의 상장을 노리고 투자일임사업자들이 대거 시장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일 년에 평균 10개 정도의 투자일임사가 생겼다면, 작년에는 200여개의 일임사가 생겼습니다. 공급되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넘치다 보니 고평가가 됐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고 나면 IPO시장의 호황기도 끝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작년 소형 투자사들이 급증했는데, 이들의 자금이 LG에너지솔루션 이후 대부분 묶였습니다. 올해 증시까지 불안해지면서 공모주 시장의 눈높이도 낮춰져야 하는데, 발행사들의 밸류에이션은 작년 눈높이에 머무른 상태이다 보니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리에 대한 공모가 무뎌지고, 증시에 다시 자금이 몰리면 공모주 시장도 자연스럽게 다시 호황기를 맞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분간은 전반적인 공모주 시장이 아닌 개별 종목별 반응이 갈릴 것으로 보기에 기업분석에 더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판단됩니다.
 
IPO 시장의 문제점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시장 정책에 관해 진짜 전문가들이 없고, 대부분 시장 반응에 따라 그때그때 나오는 정책이 대다수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개인·균등배정을 손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에 나오는 정책들을 보면 민심에 따라 너무 자주 변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 배정의 경우 이미 4년 전 축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오히려 확대됐습니다. 개인에게 배정물량을 늘리는 것이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정책을 민심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짜는 것 같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금융시장은 길게 봐야 하는데, 공무원들은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임기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론 일단 균등배분의 폐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균등배정으로 인해 우리나라 공모주 시장은 사실상 차명계좌를 용인하였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좌를 이용해 매매 한다면 앞으로도 상장 당일 매도 트렌드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IPO 시장 부진에도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후 상한가)’을 경험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눈높이는 여전히 높은 것 같다. 개인투자자들의 IPO 투자에 조언한다면.
 
 
기준이 작년과 재작년이 아니라, 이제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고 마음가짐을 다시 잡는 게 더 이성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봅니다.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기에, 적정 기업가치에 대해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여 스스로 기업분석을 하나하나 해 보는 것이 오래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번 청약에 참여하면서 1~2주 공모주를 받는 것이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것만큼은 확실히 공부해서 IPO 고평가된 공모주를 받기보단 상장 이후 가격이 적정 가치 이하로 떨어졌을 때 접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균등배정을 통해 매번 공모주 통한 몇만 원의 수익을 기대하는 접근 방식은 잘못됐습니다. 공모주 1~2주가 당연해지면 이는 주식투자가 아닌 국가에서 주는 배급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IPO 전문으로 알려졌는데, 마지막으로 ‘혁신IB자산운용’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한마디로 소개를 하자면, <한국에서 가장 IPO투자를 잘하는 회사>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설립 취지는 “IPO투자에 있어서는 한국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여러 전문가의 투자지원으로 인해 설립하게 됐습니다.
 
실제 저의 자본 3억5000만원, 총자본 5억3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만 3년만에 현재 자기자본이 60억원이 넘는 회사가 됐습니다. 꽤 어려웠던 올해 시장을 감안해도 큰 성장세를 보인 것이라 자부합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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