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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격차에 환율 1400원 돌파…물가 잡힐 때까지 '안갯속'
파월 연준 의장 '매파적' 입장 강조…강력한 긴축 지속 시사
한·미 금리 최대 0.75%포인트 차 벌어져…외국 자본 유출 불가피
고금리 충격파에 환율 1400원선 무너져…불안심리 전방위 확산
금융시스템도 불안 경고등…한은, 내달 '빅 스텝' 시사
2022-09-22 16:05:09 2022-09-22 16:05:09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한국시간) 정책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우리 경제의 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이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해도, 미국의 고금리 충격파를 견뎌내기에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문제로 현재 우리 경제의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어서다.
 
문제는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할 만한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을 완벽히 잡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매파적' 입장을 강조하면서, 내년 중 미국이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도 사라졌다.
 
◇ 물가가 잡힐 때까지…'엑소더스' 가속화 전망
 
이날 미국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이다.
 
이로써 2.25~2.5%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3~3.25%로 인상됐다. 이는 지난 2008년 1월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종전까지 상단이 동일했던 우리나라의 기준금리(2.5%)와 격차도 최대 0.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됐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가늠하는 점도표(Dot Plot)를 보면 연말 금리 수준 중앙값이 4.4%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준 위원 대다수가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대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자이언트 스텝 단행은 미국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 대비 8.3% 올랐다. 6월 9.1%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했지만, 상승폭 자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8%를 여전히 크게 웃돈다.
 
여기에 파월 의장이 통화긴축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한 점도 우려를 키웠다. 이날 파월 의장은 "FOMC는 (미국)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기 위해 굳건히 결심한 상태"라며 "목표치 달성 때까지는 통화긴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데다 향후 금리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증시·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
 
◇ 환율 1400원 돌파…1500원 가나
 
실제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으로 원·달러 환율 시장은 요동치는 모습이다. 이미 연일 달러 강세로 연고점을 연일 경신해왔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FOMC 결과가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경신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94.2원) 대비 15.5원 급등한 140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오른 1398.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특히 장중에는 1413.4원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2009년 3월 31일(1422.0원)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미국의 긴축 정책 기조 외에도 원화 가치가 절하될 만한 글로벌 악재가 많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고, 중국의 경기 둔화도 교역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역시 환율 변동성 확대로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환율이 전방위적 불안심리 확산과 함께 이달 들어 급격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면서, 상황 전개에 따라 1400원대 중반을 넘어 1500원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금융불안지수 '위기 단계' 턱밑…이창용 총재 '빅 스텝' 가능성 시사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국내의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 등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불안지수(FSI)'도 위기 단계 목전까지 치솟았다.
 
이날 한국은행이 의결한 '2022년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나타내는 FSI는 지난 7월 18.8까지 올랐다.
 
FSI는 지수가 높을수록 그만큼 금융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가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금융불안지수가 위기 단계에 들어선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당시 두 차례다.
 
이 지수는 올해 3월 8.8로 주의 단계에 진입한 후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이후 4월 10.8, 5월 13.3, 6월 15.9, 7월 18.8, 8월 17.6으로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금리 인상 기조 강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불안지수가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미국의 긴축 기조가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10월, 11월 두 차례 남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 단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미국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파월 의장이 이야기했듯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며 "우리는 4% 선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며 그간 강조해온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궤도의 수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한국시간) 정책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우리 경제의 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한 은행 직원이 달러화를 펼쳐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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