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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풀 좁다"…건설사,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난항'
'여성이사 할당제' 한달…대우건설, 첫 여성 사외이사 사임
HDC현산·코오롱글로벌 선임 안해…처벌 미비·유리천장 '공고'
2022-09-20 08:00:00 2022-09-20 08:00:00
건설사 사옥 전경.(사진=각사)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는 이른바 '여성이사 할당제'가 시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건설업계의 여성 인재 찾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공사현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업종 특성상 ‘남초 현상’이 강한 데다 법적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과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이 임원을 달기가 ‘하늘의 별따기’ 상황에서 여성 이사가 사임하는 사례도 나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흔들리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임선숙 법무법인 이우스 변호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외이사직을 자진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임 변호사는 이사회 구성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 6월 임시 주총에서 대우건설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3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여 만에 사외이사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대우건설 이사회는 백정완 사장(사내이사)를 포함해 이인석·윤광림·김재웅·김재중 등 5명의 사외이사 형태로 돌아가게 됐다.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사는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선임해야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제165조의20,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안에 맞춰 이사진을 다시 짤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모기업 중흥그룹의 ESG경영에 대한 의지를 바탕으로 올해를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내걸고 있는 만큼,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외이사 풀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임시 주총 일시와 선임 계획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업종 특성상 여성임원이 적고, 사내외에서 적임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구색 맞추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 대우건설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미등기 임원 97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안신영 상무(신사업개발팀장) 1명에 불과하다. 기간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 또한 3608명 가운데 여성은 9.6%인 346명으로 집계됐다.
 
상황은 여타 건설사도 비슷하다. 현대건설의 경우 전체 임원 86명 가운데 조혜경 사외이사와 박인주 품질관리실장(상무), 최문정 플랜트사업본부 PD(상무) 등 3명이 여성이며 DL이앤씨는 전체 65명 등기·미등기 임원 중 연초 사외이사로 선임한 신수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와 박승미 주택사업본부 담당임원만 여성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산총액 6조원이 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이사진 전원이 남성으로 이뤄져있으며 전체 임원 중에서는 박정화 상무(건설운영실장)만 유일한 여성임원으로 나왔다. 코오롱글로벌은 자산 2조원이 넘은 상태지만 여성 사외이사와 임원이 전무한 상태다. 내년 분할을 앞두고 있는 데다 법적 제재가 없는 만큼 시간 끌기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자산이 2조원이 넘는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 한화건설 또한 현재까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 건설사는 상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 의무를 가지지 않지만, ESG 강화 차원에서 인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인력 풀이 넓지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여러가지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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