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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너만 입다물면 돼" 문화, 대대적 수술 필요
고 이예람 중사 부대 지휘관들, 오히려 가해자 두둔
피해자 이 중사를 죄책감까지 가지게 몰고 가
"여군을 동료 아닌 여자로 봐…근본적 인식 전환해야"
"형식적 교육 확대보다 강력 처벌 필요"
2022-09-13 16:54:59 2022-09-13 16:54:59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지난해 공군 내 선임 중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해 목숨을 잃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2차가해·초동 부실수사에 대한 특검 수사가 종료됐다. 이 사건이 사회에 공론화된 후 군대 내 성폭력과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권이 민간으로 이관되는 등 군 내 범죄 처벌 절차가 일부 개선됐다. 그러나 이 중사 사건 이후에도 군대 내 곳곳에서 범죄가 끊이질 않아 깊숙이 자리 잡힌 병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인 근절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56·사법연수원 25기) 특별검사팀은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특검팀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휘관들의 적극적인 '피해자 뭉개기'를 지적했다. "너만 입 다물면 된다"는 식이라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건 직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는 상황을 만들어 갔다"고 지적했다.
 
특검팀 말을 종합하면 이 중사의 전 소속이었던 20전투비행단 군간부들은 이 중사가 전출 간 15전투비행단 간부들에게 '이 중사가 별 것 아닌 것으로 고소했다. 20비행단 이야기만 하면 이 중사가 고소하려고 하니 조심하라'라고 했다. 그 결과 피해자인 이 중사가 오히려 '나 때문에 시끄러워진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사건을 맡은 군 검사는 이 중사가 자살시도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구했지만 여행을 빌미로 수사를 미루는 바람에 결국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중사는 고교 졸업 후 직업군인으로만 생활하고 생활할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성범죄 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본인에게 마치 '너만 입 다물면 돼'라는 식의 시선이 이 중사에게는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사관이라는 직업적 특성도 군내 성폭력범죄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여러 통계를 보면 병사보다 직업 부사관 자살율이 높다. 떠나면 끝이지만 직업군인의 경우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이 중사도 그런 상황에서 극단적 상황에 이른 것"이라며 "이번 수사에서 피의자들을 기소한 것도 이런 군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깊숙히 자리잡은 병영문화가 한 순간에 바뀌기엔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한다. 더군다나 여군을 동료가 아닌 다른 우리와 다른 대상으로 대하는 인식이 변화하기 위해선 형식적인 교육을 늘리는 것보다 처벌 수위를 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군성폭력상담소장은 "간부들끼리 여군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는 불편함이다. 여군이 부대에 있으면 휴게실 등 여러 부대시설을 마련해야 하고, 각종 제약이 동반돼 불쾌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인식이 성범죄 문제와 관련된 2차 가해가 생기면 자신의 성인지 감수성에서 기인한 문제라 보지 않고 여군이 와서 문제가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동료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성적인 존재, 내지는 떠나갈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인식 개선 교육을 한다고 해서 빠르게 바뀌지 않는다"며 "병영문화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강등·감봉 등 관련된 자들의 강력한 불이익 처벌의 모습을 보여줘야 구체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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