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리스크' 여파…'고용 시장' 충격 받나
'3고 리스크' 확대에 기업 취업문 좁아질 듯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채용계획 미정
"빈일자리 줄고 실업률도 자연실업률 수준 상향 전망"
2022-09-05 16:28:08 2022-09-05 16:28:08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리스크'가 기업 취업 문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거나 계획이 아예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채용 여력을 의미하는 '빈일자리'가 줄고 실업률도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시장이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이 5일 발간한 '베버리지 곡선을 통한 노동 시장 평가-미국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와 미국의 '베버리지 곡선'으로 실업률갭을 추정했다. 해당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2분기 실업률갭은 -0.6%포인트, 미국의 노동 시장은 -1.3%포인트로 집계됐다. 미국의 노동 시장이 우리보다 더 타이트하다는 의미다.
 
베버리지 곡선은 노동 공급(실업률)과 수요(빈 일자리율) 간 상관관계를 반영한 곡선으로 경기 국면과 일자리 매칭의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노동 시장이 타이트하다는 것은 구직자 수에 비해 빈일자리가 더 많다는 뜻으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통화 당국이 강한 긴축에 나설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노동 시장이 더 타이트한 것은 미국 내 노동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빈일자리율의 큰 폭 상승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노동 시장 매칭 효율성이 개선된 반면, 미국은 악화됐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차이는 양국 간 노동 공급 차이에 주로 기인한다는 것이 한은 측의 분석이다.
 
한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노동 공급이 빠르게 회복된 면을 지목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발적 퇴직 증가, 이민 감소, 대규모 재정 지원(실업급여 확대)으로 인한 노동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구인 성공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등 향후 임금 상승 압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구인 성공률은 빈일자리 수 대비 신규 일자리 수가 얼마나 늘었는 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이 빈일자리를 얼마나 쉽게 채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은 관계자는 "노동 시장의 풍부한 노동 공급으로 인한 구인 성공률 상승이 지난 2년간 국내 임금 상승 압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반면 올해 들어서는 기업의 노동 수요인 빈일자리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구인 성공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하락해 향후 임금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동시장은 정점을 지나면서 향후 빈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채용 시장은 점차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8%만 채용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은 기업은 44.6%로 작년 같은 기간 54.5%보다 줄었지만,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17.4%로 전년 동기 13.3%보다 증가했다.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응답 기업의 30%는 '추가인력 수요 없음'을 꼽았다. 이어 '회사 사정의 어려움' 20%, '코로나19 등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 악화' 12%, '인재 확보 어려움' 12% 등의 순이었다.
 
특히 물가·금리·환율이 모두 오르는 3고 현상이 하반기 채용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 기업의 32.2%는 3고 현상으로 인해 채용을 중단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등 하반기 채용에 변화가 있다고 답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과 수출 둔화 등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하반기 고용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고용 시장 위축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여성이 채용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