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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칼을 빼들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한 장관의 무기는 시행령 개정이다. 시행령을 고쳐 검사 수사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당초 검사 수사범위는 내달 10일부터 부패·경제범죄로 축소될 예정이었다. 현재는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상반기에 검찰청법 개정을 강행하면서다. 개정된 법률은 기존 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로 줄였다. 목적은 검찰 힘빼기였다. 수사범위 축소는 그 수단이었다.
개정 당시 문구를 두고 논란이 없던 건 아니다. ‘~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구가 훗날 검사 수사범위를 넓힐 수 있는 여지를 만들 것이란 우려였다. 예상은 현실이 됐다. 법무부는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고쳐 무고와 도주, 증거인멸, 범인은닉, 위증 등 사법질서 저해범죄를 중요 범죄로 규정했다.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범위도 확대됐다. 공직자범죄 중에서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등이 엮여있는 범죄를, 선거범죄 중에선 매수·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을 부패범죄로 분류했다.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도 경제범죄에 포함시켰다. 한 장관은 시행령 개정 관련 브리핑에서 검수완박법을 무력화한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이튿날에도 시행령 개정이 상위법에 반한다는 주장은 감정적 정치구호라고 맞받았다.
‘입법의 시간’이 지난 만큼 법률 해석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영역이다. 그러나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법률 해석은 수용하기 힘들다. 시행령은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시행령이 법률에 위배될 수 없다는 상위법 우선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사 수사개시 규정의 손질은 검찰청법 개정의 취지에 역행할 우려가 짙다. 국민 손으로 뽑은 입법기관이 만든 법률을 정부부처가 무력화하는 모습은 법치국가의 한 장면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영치국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수사기관이 범죄자를 검거하고 처벌을 받게 해 국가형벌권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건 바람직하다. 치안유지와 사회의 질서, 안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많은 국민들이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의 행정기능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정부의 자의적인 국가 운영을 막기 위해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대리인들이 법률을 만들고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범죄자 처단과 공익 보호라는 명분이 훌륭할지라도, 절차에 맞지 않고 수단이 잘못되면 지지를 받기 어렵다. 좋은 일을 하겠다는 이유로 법 체계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응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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