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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무력화 나선 한동훈…'상위법 충돌' 논란
법으로 줄인 수사 범위, 시행령으로 다시 확대
"상위법 위배"vs"해석상 가능"…법조계도 의견 분분
2022-08-16 06:00:00 2022-08-16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수완박’ 무력화를 두고 16일 법조계에서는 상위법 충돌 논란이 나오고 있다. 검수완박 입법의 취지는 검사 수사범위의 축소지만, 법무부가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으로 검찰 수사권 확대에 나서면서다. 
 
지난 11일 한 장관은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중 일부를 부패·경제 범죄로 정의해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정 검찰청법은 내달 10일부터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했다. 기존에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가 대상이었으나,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수사 범위를 대폭 줄였다. 
 
이때 개정 검찰청법에 적시된 ‘등’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구가, 검사의 수사범위를 넓힐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법무부는 무고와 도주·증거인멸·범인은닉·위증 등 사법질서 저해 범죄 등을 중요 범죄로 규정했다.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범위는 확대했다. 공직자범죄 중에서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등이 엮여있는 범죄를, 선거범죄 중에선 매수·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을 부패범죄로 분류했다.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도 경제범죄에 포함시켰다.
 
한 장관은 개정안에 관해 직접 브리핑을 하면서 “시행령으로 (법을) 무력화한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며 상위법 충돌 우려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상위법 충돌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범위를 줄이려는 검찰청법의 개정 취지를 고려하면, 시행령 개정은 이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신장식 법무법인 민본 변호사는 “수사 규정 개정안은 검찰청법의 개정 취지를 무시하는 것으로, 정면으로 상위법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법무부 식으로 부패·경제를 분류하면 두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가 없을 것”이라며 법무부가 과한 해석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논평을 내고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언제든 중요범죄에 기타 모든 다른 범죄를 포섭시켜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입법기관의 검찰청법 개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할 뿐 아니라, 자의적 법률 해석으로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상위법과 충돌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재경 법원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는 있지만 일단 법이 시행되고 나면 해석과 적용은 다른 영역”이라며 “법률상 ‘등’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언이 있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안이 검찰청법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행령 개정안의 위법성에 관해 다툴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 역시 명확하지 않다. 헌법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돼 수사를 받는 당사자가 시행령이 위법하다며 법원 판단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선례가 없어 인용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 없던 새로 생긴 문제인 만큼 사건 당사자가 개정된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며 심사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해도, 법원이 인용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시행령이 현안대로 시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주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소송이나 헌법재판 등 사법적 해결보다는 개정 검찰청법을 다시 개정하는 방안을 우선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절대 다수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입법적 대응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와 함게 한 장관에 대한 탄핵안 발의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대검찰청.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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