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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휴가 끝 대우조선, 손배소·노노갈등 숙제 가득
생산능력 45% 1도크 점거로 8000억 손해 추산
휴가 반납...공정 만회 규모 약 3000억원 기대
손배 제한 노란봉투법, 민법 체계와 조화 과제
원청 금속노조 탈퇴 투표 파행...오늘 지회장 성명
2022-08-08 06:00:10 2022-08-08 06:00:1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 노사 협상 타결 후 2주가 지났지만 손해배상과 노노 갈등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부담을 막기 위해 정치권이 '노란봉투법' 입법에 나섰지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상한선과 민법이 보장한 재산권의 충돌 문제가 있다. 부정 의혹으로 파행한 원청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 투표는 개표를 재개할 예정이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여름 휴가 기간을 끝내고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그간 대우조선은 대부분 휴가를 반납하고 밀린 공정 만회 작업을 이어왔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이 점거했던 1도크는 대우조선해양 선박 생산능력의 45%를 담당한다. 사측은 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가 약 8000억원이고 정상화 추진으로 약 3000억원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우조선해양은 8일 여름 휴가 기간을 끝내고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그간 대우조선은 대부분 휴가를 반납하고 밀린 공정 만회 작업을 이어왔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진수 작업을 시작한 대우조선해양 1도크. (사진=대우조선해양)
 
노란봉투법 '재산권 보장'과 충돌 우려
 
사측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방침을 지키면서 손해배상 문제가 남은 갈등으로 자리잡았다. 사측은 수천억원 손실에 대한 책임을 노조에 묻지 않을 경우 배임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손해배상 청구는 노조 무력화의 수단이 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야권은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없는 노조 활동 범위를 넓히고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소송을 막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노란봉투법 취지가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조법 개정안)'은 2020년과 2021년 발의돼 계류중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 관련 실태 조사와 외국 사례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현재 계류중인 노조법 개정안은 민법이 보장한 재산권과의 조화가 쟁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한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에 대해 노조나 개인의 손해배상을 막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돼도 노조 존립이 어려우면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 손해배상 상한은 조합원 수와 조합비, 노조 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노동조합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 상한은 해외에도 있다. 영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2조는 노조원 수가 5000명 미만이면 최대 배상액 1만 파운드(약 1570만원), 5000명 이상 2만5000명 미만이면 5만 파운드(약 7870만원)다. 2만5000명 이상 10만명 미만은 12만5000 파운드(1억9690만원), 10만명 이상 규모는 25만 파운드(약 3억9300만원)로 규정한다.
 
다만 과실, 불법방해 또는 의무위반 등에 따른 상해를 다투거나 재산 소유·점유·관리·사용 관련 의무 위반을 다툴 때 등 예외가 있다.
 
지난달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 갈등 타결 직후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병원에 이송된 뒤, 그가 옥쇄농성했던 0.3평짜리 철제 감옥 등 농성장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계류중인 노조법 개정안은 손해배상을 규정하는 민법 체계와의 형평성, 사용자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해 4월 노조법 개정안 검토 보고서를 내고 기존 민법 체계와의 충돌을 지적했다. 민법 750조는 고의나 과실에 따른 위법행위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노조와 노동자 손해배상 책임 면책 범위를 넓히면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현저히 제한될 수 있다.
 
노조에 의해 계획된 폭력이나 파괴에 대해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 신청을 금지하는 조항에도 형평성 문제가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민법 35조가 법인의 불법행위에 찬성하거나 집행한 사원도 연대해 손해배상하도록 하고 760조는 공동의 불법행위에 대해 연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점을 지목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나 근로자가 불법 쟁의행위를 기획·지시·지도하거나, 사업장 업무의 공정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손해의 발생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까지 개인 근로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사용자 재산권 보호와 조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액 제한 역시 위법 행위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모두 배상케 하는 민사상 손해배상 체계에 맞지 않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불법적인 쟁의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손해배상액 상한을 일정액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손해 입은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폭력과 파괴행위를 동반한 손해에 대한 배상 감면도 사용자 재산권과 부딪힌다. 개정안에 따르면 감면을 청구받은 법원이 쟁의행위 원인과 사용자 피해 확대 원인, 배상 의무자 재정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감면한다.
 
환경노동위원회는 폭력 등 고의에 따른 손해배상액 감경이나 면제를 인정할 경우 재산권에 중대한 제한을 가져온다고 봤다. 민법 765조는 '고의중과실이 아닌 경우'에 한해 배상액 경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데, 이 같은 손해배상체계에 개정안이 배치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2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금융센터 건물 입구에 대우조선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투표를 독려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파행' 금속노조 탈퇴안 투표 "개표 절차 밟을 것"
 
원청 내부와 금속노조 간 '노노 갈등' 상처도 봉합되지 않았다.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는 22일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 개표 도중 찬반 양측의 부정 용지 발견으로 파행했다. 대우조선해양지회는 후속 방침을 세워야 한다.
 
앞서 임시총회 안건인 '조직형태 변경 건' 투표는 21일~22일 진행됐다. 투표율 89.4%로 조합원 4726명 중 4225명이 참여했다. 개표 과정에서 일련번호가 순서대로 적힌 투표지 대여섯장이 뭉치 단위로 찬반 양측에서 발견됐다. 이에 노조는 거제경찰서에 투표함을 맡겼다가 8일 찾아갈 예정이다. 재투표 여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금속노조 측은 탈퇴 반대표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투표가 진행돼 탈퇴안이 가결 될 경우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금속노조는 개인 단위 탈퇴만 가능하고 지부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 탈퇴는 규정에 없다며 투표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탈퇴 투표는 하청 파업과 관련해 금속노조가 제역할을 못했다는 책임론에 힘입어 조합원 1740명 동의로 진행됐다. 복수노조를 막기 위해 반대표로 부결시키자는 투표 독려 운동도 있었다.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집행부 입장은 개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선관위는 부정투표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촬영된 영상을 보니 부정투표로 몰아가려는 정황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조합원의 민의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개표가 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며 "월요일(8일) 아침에 이와 관련된 지회장 성명서가 나간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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