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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역전 '초읽기'…경기 침체에 기름 붓나
미국 기준금리 0.75%포인트 높일 가능성 유력
2년 반 만의 금리 역전…외국인 이탈로 인한 국내 경제 악순환 우려
정부·한은 "자본 유출 없을 것"
업계 "잦은 비상회의 자체도 문제…금리 정상화 필요"
2022-07-27 17:00:11 2022-07-27 17:00:11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우리 경제의 타격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금리 역전 시 외국인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경향이 짙어져서다.
 
일단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에 대해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이 낮아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미 고인플레이션, 고환율로 문제를 겪고 있고 무역수지도 악화하는 흐름을 보이는 등 전반적인 경제 기초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기준금리 역전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이달 26~27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다.
 
시장은 미국이 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미국이 통화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인플레이션 대응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9.1%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금리를 곧바로 1%포인트 높일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 단행 확률은 낮다는 평가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25%, 미국은 1.5~1.75%다. 만약 연준이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다면 기준금리는 2.25~2.5%가 돼 상단이 우리 금리를 넘어서게 된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역전은 국내 경제에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운용할 이유가 없다 보니 자본 유출 가속화가 불가피하고,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환율 급등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수입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요인으로도 이어진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준금리가 역전돼도 자금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 우리의 대외 신인도나 경제 기초 여건을 보면 현재는 유출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과거에도 세 차례 정도 금리 역전이 있었는데 금리 격차보다는 그로 인해 생기는 외환시장 자본유출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역전폭이 0.75%포인트냐, 1%포인트냐의 문제가 아니고 올라갔을 때 우리만 자본유출 영향을 받는지 아니면 전 세계가 다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경제 침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정·통화당국의 주장대로 해외 자본 유출 규모는 크지 않을 순 있겠지만 금리 역전이 원화 가치 하락, 물가 급등, 무역수지 적자의 계기로는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7원 상승한 1313.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지난 15일 종가 기준 1326.1원으로 연고점을 찍으며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최근 들어 다시금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가 급등은 더욱 심각하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8%포인트 상승한 4.7%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6%까지 유례없이 상승하면서 하반기에도 물가가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박민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는 고용 시장, 물가 지표 등을 고려할 때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게다가 9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막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문제다. 현재 물가상승률과 기대물가상승률 수준에서 금리가 정상 시점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까지 낮출 때까지 금리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년간 푼 유동성과 재정 지출로 수요 견인형 인플레이션이 진행됐다"며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 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신속한 금리 정상화로 기대물가상승률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정부와 한은이 기준금리 역전에 대해 우려할 것이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수시로 여는 자체가 문제다. 금리 역전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음을 정부가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자금 유출이라는 단편적 현상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측면에서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강화하는 대비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추 부총리는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 직후인 28일 이창용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만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응에 대해 논의한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26~27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 관계자가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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