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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 노사, 파업 51일 만에 극적 협상 타결(종합)
임금 4.5% 인상…7000억원 피해 손해배상은 합의 못해
사측 7000억 피해 추산…소방·경찰 인력 배치돼 긴장↑
대우조선 “파업 제반 문제, 법과 원칙 기조 따라 대응”
2022-07-22 19:02:13 2022-07-22 19:04: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 노동자들이 22일 협력업체와 임금 인상에 합의하고 파업을 마치기로 했다. 파업을 시작한 지 51일, 집단 교섭을 시작한 지 22일 만이다. 다만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손해액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확인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협의회는 이날 오후 4시 임금 4.5% 인상안에 합의했다.
 
22일 오후 6시44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도크 앞에서 엠뷸런스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파업으로 폐업한 업체 직원의 경우 고용 승계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합의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용 승계 대상은 약 35명이다.
 
1도크(건조장) 농성에 따른 7000억원의 피해액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향후 교섭할 방침이다. 전임자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 면제) 등 노조 활동 보장 요구도 합의 내용에서 빠졌다.
 
1도크에 가로·세로·높이 1m(0.3평) 철제 감옥을 만들어 31일째 옥쇄 농성을 이어온 유최안 거통고부지회장은 노사 합의 후 병원에 이송됐다. 
 
사내협력사 협의회장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는 “오늘 잠정 합의안이 타결되면 노사 상생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이렇게 생산이 멈추는 분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 상생 발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다시는 이런 목숨을 건 절박한 삶과 투쟁에 내몰리지 않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저임금 임금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더 이어갈 계획”이라고밝혔다.
 
이번 잠정 합의로 대우조선해양은 그간 지연됐던 1도크 진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금부터 지연된 생산 공정 만회를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원하청 상생 협력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파업 과정에서 발생된 제반 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의 기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1도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하청 노사 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에 대해 홍 부위원장은 1도크에서 열린 후속 기자회견에서 “노사 간에 충분하고 성실하게 신뢰감을 가지고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민형사 재개에 관해 합리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민·형사에 대한 책임을 비굴하게 거부하거나 받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집행부 지도부 다섯 명이 모든 인사의 책임을 당당하게 받아 안겠다”며 “다만 우리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 모든 책임은 집행부에 있으니 최후 5명이 지겠다고 요구했고, 당당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이후에도 노사 간의 성실한 협상과 협의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거통고지회 소속 조합원 약 120명은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유 부지회장이 옥쇄 농성을 시작했다. 이달 14일부터는 조합원 세 명이 서울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으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약 7000억원의 손실을 추정했다. 휴가 이후로 파업이 장기화돼 8월 말까지 이어졌을 경우 1조3590억원 피해가 예상됐다.
 
농성이 길어지자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6일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사측은 공권력 개입을 촉구했고, 정부도 잇따라 담화문을 내면서 엄중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후 15일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사측이 낸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고 퇴거 명령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9일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산업 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힘 없는 노동자를 향한 정권의 칼날은 정권의 종말을 재촉할 뿐"이라며 20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금속노조는 7000명 규모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사측도 약 4000명이 모여 맞불 집회로 대치했다. 조선소 서문에 설치된 철벽을 사이에 두고 노조는 “투쟁”을 외쳤고 사원들은 “꺼져라”로 받아쳤다.
 
같은 날 오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틀 연속 거제를 방문하며 빠른 협상을 독려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강민정 의원이 옥포조선소를 찾아 교섭 상황을 확인하고, 이영호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만나 빠른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전날에는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1도크를 찾아 유 부지회장과 면담하고 “공권력 투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아래 위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날 1도크 인근에 에어매트가 깔렸다 철거되고 경찰 헬기가 오가는 등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노사 자율을 통한 대화와 타협 노력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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