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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키 쥔 혁신위, 출범 한 달…당이 위기일수록 '기회'
위기속에서 '혁신' 필요성 제기…"길게 활동할 수 있게 지원돼야"
2022-07-22 15:34:50 2022-07-22 15:46:22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23일로 출범한 지 한 달을 맞는다. 이준석 당대표의 주도로 출범한 혁신위는 이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받으며 동력 상실의 우려를 샀지만, 지난 20일 의견수렴 경청회 2탄을 여는 등 지속적으로 활동 중이다. 설립취지에 '공천 개혁'을 내세운 만큼 '혁신위'에 대한 당내 반발이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당정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혁신'에 대한 명분이 세워져 '기회'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6월23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운영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 대표는 6·1지방선거가 끝난 지 하루 만인 지난 2일 혁신위원회 출범을 선언하고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혁신위에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2년 뒤인 22대 총선에서도 압승을 노린다는 전략이었다. 
 
다만 혁신위 운영 방향이 '공천 개혁'에 방점이 찍히며 '22대 총선 공천권'에 대한 사전견제로 해석, 이 대표가 언급했던 '자기정치'와 결부되며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혁신위를 '사조직'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배현진 최고위원은 지난달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혁신위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반발하며 갈등을 드러냈다. 김정재 의원은 "혁신위가 정말 혁신하고 당을 바꿔나가고, 관심사들을 논의한다면 맞는데, 처음부터 바로 공천 얘기를 했다"며 당내 의원들의 문제제기 이유를 꼽았다.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혁신위는 지난 23일 당 최고위에서 혁신위 부위원장과 위원 임명안이 의결되며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어 나흘만에 1차회의로 공식적인 발걸음을 뗀 혁신위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혁신'을 공언하며 당내 내홍과 관련 없이 활동할 것을 다짐했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 위원은 당내 갈등이 혁신위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아무도 안 해서 논의(우려)가 없었다"며 "당내 갈등이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혁신위는 흔들리지 않고 혁신위에 맡긴 일을 끝까지 다 할 생각이고. 위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며 활동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7월3일 국회에서 워크숍을 열며 본격적으로 활동 개시한 혁신위는 인재영입·공천, 당원 교육·관리, 여의도연구원·당 사무처 개혁 맡을 3개의 소위원회 구성하고, 공천제도 외에도 △당조직 강화 △당원 활동 인센티브 구축(으뜸당원제) △당협위원장 권한 축소 △유스(youth) 당조직 등을 제안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이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징계를 받으며 혁신위 활동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 최 위원장은 "혁신위는 최고위에서 공식적으로 출범한 기구로 당 대표의 거취와 관계없이 그대로 갈 것"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이 대표 주도로 출범한 만큼 혁신위 동력이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집권여당 대표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로 당이 혼란에 빠지자 당대표 직무대행을 겸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즉각 수습에 나섰다. 그는 지난 12일 열린 혁신위 4차 전체 회의에도 참석해 '최고위원회 거친 기구'라 힘을 실으며 엄호했다. 한 당 관계자는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당시 회의가)어수선한 상태에서 진행됐는데 권성동 원내대표 방문해서 힘 실어줬다.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한 편, 혁신위는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 동반 하락이라는 위기 속에서 혁신 필요성이 제기되며 오히려 '기회'가 된 모양새다. 3고(고환율·고유가·고금리) 경제위기에 당권 다툼과 리더십 부재로 '민생'이 뒷전이 됐다는 평이 나오며 공교롭게도 당 전반의 혁신 명분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혁신위 활동이 순항할 시 최 위원장이 당내 실세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2년 뒤 열릴 총선에서 차기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게 되는데, 이 키는 혁신위와 최 위원장이 쥐게 된다. 최 위원장은 지난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당이 지난 몇 차례 총선에서 실패한 이유가 공천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적어도 공천 결과를 납득,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공천 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세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강력한 당대표, 혹은 유력한 대권주자가 맡은 것이 아니고, (활동시기를)길게 활동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혁신위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며 혁신위 운영의 받침이 더욱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강력한 지원과 의중이 실려서 개혁 드라이브가 걸리는 느낌이 들어야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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