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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김윤진 “제일 답답한 인물? 나였다”
“한국판 ‘호불호’ 예상 ‘잘해도 본전’…원작 시즌1·2, 12부작 압축 눈길”
“원작 속 가장 매력적 배역 ‘모니카’, 국내 버전 속 ‘미선’… 해보고 싶다”
2022-07-04 02:35:01 2022-07-04 02:35: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이 시리즈를 볼 해외 시청자들에겐 시리즈 자체의 익숙함도 있을 것이지만 이 배우에 대한 익숙함이 터 클 듯하다. 한국 배우 가운데 사실상 거의 1세대 해외 진출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배우의 존재감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의 존재감과 인지도가 더 상당하다. 이미 할리우드에서도 그의 이름 그대로 그를 알고 있고 또 상당한 인지도의 존재감을 가진 배우로서 대우 중이다. 김윤진에 대한 얘기다. 그는 2010년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해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이 드라마가 방송된 경험을 해 본 바 있다. 이런 피드백은 배우들에겐 더 없이 소중하게 또 중요한 데이터로 축적된단 것을 확연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까지 싶어 날이 시퍼렇게 선 양날의 검을 맨손으로 잡았다고 웃는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누리는 지금의 위상을 사실상 구축해 준 스페인 원작의 종이의 집한국판 리메이크 버전에 협상가 선우진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다. 논란도 있을 것이고 극심한 호불호 겪을 것을 안다. 그럼에도 김윤진은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작품 하나만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단다.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배우 김윤진. 사진=넷플릭스
 
일단 김윤진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출연 제안을 받기 전 스페인 원작을 이미 봤던 마니아였다. 원작을 본 것은 꽤 오래 전이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고. 조금 늦은 시간에 본 종이의 집은 내일 일정이 있지만 도저히 끊을 수 없을 정도의 몰입감으로 김윤진은 사로 잡았다고. 그런 시리즈의 한국판 리메이크 버전에 자신이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일단 기분 좋기도 했지만 고민부터 앞섰단다.
 
한국판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분명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다싶었죠. 원작 마니아가 너무 많은 작품이고, 또 전 세계에서 리메이크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던 작품을 한국에서 첫 번째로 하는 거잖아요. 이건 잘해도 본전이겠다 싶었어요. 원작은 캐릭터마다 섬세하게 쌓이는 감정이 있는데 우린 원작 시즌1과 시즌2를 압축해서 총 12부작으로 보여드리니 전개도 빠르고. 우려는 됐죠. 그래도 뭐 호평도 좋고 악평도 너무 감사해요. 그런 관심도 못 받으면 너무 서운해요.”
 
이런 우려 속에서도 김윤진이 결국 출연 결정을 한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과 대본을 쓴 류용재 작가의 실력을 굳게 믿었단다. 김 감독이 연출한 the guest’ ‘보이스두 작품에 대한 개인적 팬이라고 밝힌 김윤진이다. 김 감독과 함께 작업한 류 작가의 대본 역시 상당히 탄탄했기에 고민의 시간은 줄었다고. 그리고 두 번째는 이 시리즈 공개 플랫폼이 넷플릭스란 점 때문이란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사진=넷플릭스
 
김홍선? 류용재? ! 했죠. 두 분 실력이야 뭘 가져다 드려도 전혀 다른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만들어 내실 실력파이시잖아요. 대본도 생각한 것 이상으로 탄탄했어요. 원작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원작에 버금가는 재미가 있다고 봤어요. 이 정도면 그래도 해볼 만 하겠다 싶었죠. 특히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단 게 너무 끌렸어요. 제가 로스트미스트리스등으로 전 세계 동시 공개 경험을 해보니, 이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무언가를 배우들에게 분명 주는 게 있어요.”
 
김윤진이 연기한 선우진캐릭터는 원작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원작에선 없는 한국적 설정이 추가됐다. 전 남편은 대한민국 대권을 노리는 가장 유력한 정치인이다. 함께 사는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이다. 그리고 밖에선 교수란 인물이 강도단을 이끌고 통일 직전 대한민국이 쓸 한반도 통용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국에 강도단이 침입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장 유능한 경찰의 협상전문가이지만 개인적으로 선우진 안과 밖의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남북 합동 TF팀에서 유일한 여성이 선우진이에요. 그리고 그들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리더이기도 하고. 감독님은 영화 시카리오의 에밀리 블런트 같은 느낌을 원하셨는데, 그건 그 배우의 느낌이고 제가 살릴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었죠. 감독님과의 대화로 만들어갔는데, 선우진이 너무 남성적인 느낌은 싫었어요. 그럼 오히려 반감만 살 것 같았어요. 여성적인 성향을 살리면서도 교수와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이미지를 많이 살리려 노력했어요.”
 
배우 김윤진. 사진=넷플릭스
 
앞서 김윤진이 언급한 이번 리메이크 작품의 호불호에 대한 평가를 국내 공개와 함께 쏟아졌다. 그 가운데 일부는 김윤진이 연기한 선우진캐릭터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엘리트 여성 경찰인 선우진이 교수이자 연인 박선호와의 멜로 장면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둔한 감각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윤진은 웃음을 터트리며 그건 나 역시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원작에선 변칙적인 흐름을 만드는 인물이 도쿄인데 그럼 우린 누굴까 싶었죠. 대본을 보니 짜증나거나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 딱 한 명 보이는 데, 그게 바로 저였어요(웃음). 시청자들은 이미 교수의 정체를 알잖아요. 그런데 난 그걸 모른 채 해야 하고. 그래서 선우진이 박선호와 있을 때 시선을 보시면 바닥을 자주 쳐다 봐요. 하하하. 무의식적으로 내가 박선오 정체를 알고 있단 걸 연기에서 들킬까 봐 어쩔 수 없이 그랬어요. 앞으로 공개될 파트2를 보시면 그 답답함이 좀 해소되실 거에요(웃음)”
 
김윤진은 아주 작은 디테일이지만 네고시에이터, 협상가로서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설정한 부분도 짚어줬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항상 일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머리를 묶는 모습이었다. 이건 원작에선 선우진의 역할을 맡은 캐릭터가 볼펜으로 긴 머리를 휘둘러 꽂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별것 아닌 설정 같지만 이 역시 의미가 있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사진=넷플릭스
 
우선 전 헤어 결이 다른지 볼펜으로 아무리 하려고 해도 풀리더라고요(웃음). 근데 여성 협상가 분들은 만나보고 얘기를 들어봤는데 대부분이 범인과 통화를 하거나 그럴 때 머리카락 하나가 떨어지는 것도 신경이 쓰이 신데요.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온 신경이 통화에 집중되는 데 긴 머리카락이 쓸려 내려오면 뭔가 흐름이 깨지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극중에 제가 한 것처럼 고무줄로 머리를 쓸어 묶는 게 뭔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신호의 느낌이 될 수 있다고 전해 들었어요.”
 
원작을 너무 좋아하는 팬으로서 김윤진은 사실 막연하게 기대한 지점이 있었단다. 만약 출연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가면을 쓰고 강도단에 들어가고 싶었다고. 하지만 김윤진은 내가 나이가 그럴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가면을 쓰고 함께 하는 강도단이 너무 부러웠다며 웃었다. 만약 실제로 배역을 고를 수 있다면 김윤진의 눈에 들어온 캐릭터는 누굴까 궁금했다.
 
우리 리메이크 작품에선 미선으로 나왔죠. 원작에서의 모니카역할. 너무 해보고 싶어요(웃음). 제일 공감이 되고 또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왔어요. 여배우라면 누구라도 매력을 느낄 캐릭터가 모니카 일거에요. 제가 30대 초반이었고 선택권만 있었다면 미선역을 해보고 싶다고 감독님께 졸랐겠죠 하하하. 그리고 지금도 난 왜 가면 안주냐고 속상하다고(웃음) 막 투정 부리기도 했어요. 그쪽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배우 김윤진. 사진=넷플릭스
 
그렇게 강도단에 들어가고 싶다니 김윤진에게 즉석에서 선택권을 부여했다. 만약 극중 교수가 남북 합동 대응팀 TF팀장 선우진마저 포섭해 4조원 강탈 계획에 합류를 권유한다면 김윤진이 아닌 선우진으로서의 선택을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선우진을 연기한 배우 김윤진으로서 선우진이 했으면 하는 선택도 궁금했다. 이 질문에 김윤진은 박장대소를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강도단이 총 9명이고 금액이 4조원인데, 제가 들어가면 10명이 4조원이니 1인당 4000억이네요. ~진짜 고민은 되는 금액이긴 한데요(웃음). 배우 김윤진으로서 선우진이 했으면 하는 선택은 교수의 제안을 거절할 거에요. 당연히 돈 좋죠. 그리고 박선호도 매력적이고, 거기에 내 책임 아래에 있는 아픈 엄마와 딸. 선우진이 딸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그리고 경찰로서의 어떤 신념까지 버리고 범죄를 택하기엔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닐 거에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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