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다음달 1일부터 고등군사법원이 문을 닫는다. 군 사법개혁의 일환인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군 내 형사사건 항소심이 모두 민간법원에 넘어가는 것이다. 성범죄 등 일부 사건은 1심부터 민간법원이 재판한다. 법조계에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그간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이뤄지던 군사 사건의 처벌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군의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에서 담당한다. 서울고법은 대등재판부인 형사4부를 올해 신설했는데, 군사·성폭력 전담 재판부로 확대해 군 관련 재판을 주로 맡을 계획이다.
성범죄·사망사건·입대 전 저지른 범죄 등 3개 범죄는 1심부터 민간법원으로 넘어간다. 개정된 군사법원법 2조는 △국가안전보장 △군사기밀보호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정 등이 없는 범죄를 군사법원의 업무범위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했다.
군사법원법 개정은 잇달아 발생한 군 내 성추행 범죄와 사망사건에 대한 재판이 폐쇄적이고 그 처벌 역시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오래된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만도 지난해에만 5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공군과 해군에서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도 발생해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에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군 사법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졌다. 군사재판에서는 군 지휘관에게 형량 감경권을 부여한 관할관 제도 등으로 무거운 처벌이 어려운 만큼, 민간에서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어 왔다.
재경법원에서 근무하는 한 군법무관 출신 부장판사는 “그간 군사재판에서는 군 검사와 군 판사들이 전부 한 식구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렵고 제 식구 감싸기식 판결이 많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군 사법개혁이 본격적으로 첫발을 떼면서, 군 범죄의 처벌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간법원에서는 징역형이 나올 사건인데도 군사재판에서는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군 내 사건이 민간법원으로 넘어가면 솜방망이 처벌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사 사건에 관한 재판 처리 과정과 판결의 전문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됐다. 군사법원은 사건이 많지 않은 반면 민간법원에서는 처리하는 재판이 많아, 법리를 다루는 법관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재경법원의 한 판사는 “판결의 질과 전문성에 있어서, 업무량이 더 많은 민간법원이 군사법원보다 나을 것”이라며 “양형이 들쑥날쑥하지 않고 기존 판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판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모 준위가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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