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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K-OTC, 호실적 초저평가 종목도 외면
극악 거래량 이용한 투기적 매매 활개…금투협, “활성화” 말만 되풀이
2022-04-18 02:30:00 2022-04-18 02: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K-OTC 등록기업들 중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두고도 주가가 초저평가 상태인 종목이 적지 않다. 장외주식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K-OTC 시장은 여전히 방치된 탓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OTC 등록기업인 세메스는 지난해 2020년 대비 41.6% 증가한 3조1362억원의 매출액과 24.4% 증가한 3534억원의 영업이익, 30.9% 늘어난 2643억원의 순이익(지배주주)을 기록했다. 
 
이같은 눈부신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줄곧 7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66만원으로 내려앉았다. 13일 장중엔 61만원으로 연중 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뛰어난 실적에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1등 기업이라는 굳건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이 6배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장돼 거래 중인 반도체 장비주들 중에도 저평가된 종목이 많은 상황이므로 세메스만 혼자 저평가됐다고 볼 수는 없으나, 삼성전자 계열의 1위사란 사실을 감안하면 주가는 초라한 수준이다. 
 
국내 1위 합금철 생산업체인 디비메탈은 실적이 급증하면서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났다. 디비메탈은 일반강에 쓰이는 고·중저탄소 페로망간(Fe-Mn)을 주력으로 만든다. 지난해 철강산업이 반등한 덕분에 흑자로 돌아섰다. 흑자전환하면서 연초부터 주가도 많이 올랐으나 여전히 PER은 8배 미만이다. 
 
 
이들을 과도한 저평가 종목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동양건설산업은 차원이 다른 저평가 종목이다. 지난해 순이익 739억원, 현재 시가총액 765억원. PER이 거의 1배다. 영업이익이 56%나 급증했다. 한 해만 유별났던 게 아니라 2020년 순이익도 642억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주가는 작년보다 하락했다. 
 
K-OTC 건설주 저평가는 포스코건설과 경남기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대형 건설사로 지난해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PER 4.7배로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주인 SK에코플랜트와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경남기업은 순이익이 68.9%나 급증한 343억원을 기록했으나 시총은 685억원으로 작년과 큰 변화가 없다. 현재 PER은 2배로 산출된다.
 
장내에도 종종 PER 3배 미만의 저평가 건설주가 출현할 때가 있지만 장외주식이라도 해도 평상시 PER 1~2배를 오가는 것은 과도한 저평가로 볼 수 있다. 
 
철근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환영철강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배나 늘었지만 PER은 2.54배에 그친다. 동일한 KISCO홀딩스의 자회사이자 같은 사업을 하는 한국철강도 장내에서 저평가 종목으로 유명하지만 환영철강공업만큼은 아니다. 심지어 환영철강공업은 한국철강보다 많은 배당을 하고 있으며 올해는 주당 50원을 증액한 1400원을 배당, 시가배당률이 5%에 육박했다. 
 
이외에도 LS 계열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엘에스아이앤디, 케이디비생명, 하이투자증권 등 많은 종목들이 실적에 비해 소외되어 있다. 
 
오히려 기업 실적과는 무관한 일부 종목에는 투기적인 매매가 몰려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카나리아바이오(두올물산)는 지난 감사에서 한정의견을 받았지만 현재 시총은 5조원을 넘는다. 최근 주가가 폭등한 현대사료 지분 71%를 다른 투자조합들과 함께 인수한다는 뉴스가 이 회사의 주가도 밀어 올렸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사료 주가를 고스란히 반영한 7500억원대 시총의 지분 71%, 그것도 3자와 함께 인수하는 가치를 5조원대로 반영하는 것은 투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처럼 K-OTC 시장이 극단적인 투자 행태로 갈리는 배경엔 주식 거래가 없다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발행주식의 대부분을 지배기업과 대주주가 보유 중이다. 나머지 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주식은 연말 기준 2.58%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평상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극히 일부여서 1주도 거래되지 않는 날이 많다. 거래가 이뤄져도 하루에 100~200주 수준이다. 이런 종목을 매수하겠다고 나서는 신규 투자자가 많을 리 없다. 다른 기업들도 거래량은 대동소이하다. 
 
스마트폰에 별도의 거래전용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HTS나 MTS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래가 너무 부족해 실제로 매매하기엔 비상장주식 플랫폼보다 못할 지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K-OTC 시장을 관리하는 금융투자협회나 등록된 개별기업들, 증권사들은 별다른 활성화 조치 없이 거의 방치하고 있는 수준이다. 
 
현재 K-OTC 시장에는 145개 기업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의 총 자본금은 4조8795억원. 시가총액은 27조2551억원에 달한다. 이중 35개 기업은 14일에 거래가 단 1주도 없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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