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규제 해빙 분위기에 전세대출 빗장풀기
신한·하나·농협, 25일부터 한도제한 등 없애…국민은 30일
실수요자 상품으로 '눈치보기' 전략
2022-03-24 06:00:00 2022-03-24 06: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새 정부에서 가계대출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되자 은행들이 묶어뒀던 전세자금대출부터 풀기 시작했다. 대출 축소로 이자수익 감소가 우려되자 실수요자 중심 상품부터 문턱을 낮춰보는 '눈치보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0월 맺은 전세대출 취급 자율협의를 잇따라 종료하고 관련 대출 요건을 완화하거나 변경할 예정이다. 우선 우리은행이 지난 21일부터 취급 기준을 낮췄으며, 오는 25일 신한·하나·농협은행이 조정에 들어간다. 국민은행은 오는 30일 대출 기준을 바꾼다. 
 
변경 내용으로는 △임대차(전세) 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금액 범위 내'에서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 조정 △잔금일 이후에도 취급이 가능토록 신청 기간 확대 △1주택자의 비대면 전세대출 취급 재개 등이다. 전세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자 은행들이 실수요자는 보호하면서 증가세는 잡기 위해 이 같은 규제안을 도입했다.
 
은행들은 정책 변화를 가계대출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만 놓고 보면 이달 18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705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3조3473억원 줄었다. 당국은 올해 은행들에게 연 4~5% 대출 성장을 주문하면서 분기별 총량관리에 들어간다고 했다. 분기당 1%대 성장을 용인하겠다는 셈인데, 오히려 증가율이 하락하면서 강경했던 주문이 무색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의 발표에서도 전세대출의 경우에는 연말 이후 은행들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며 "가계대출 잔액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철도 앞두고 있는 만큼 해당 기준이 계속 유지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대출잔액이 빠지면서 당국에서도 분기별 총량관리에 대한 별다른 주문이 없는 상황"이라며 "연간 대출 성장 계획은 본래 은행들의 자율적으로 제출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총량관리를 위해 수치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차기 정부에서 예상되는 대출규제 완화 조치를 선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세대출은 현 정부에서도 총량관리를 강제할 수 없는 실수요자 중심 상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권 이양기라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당장 이자수익을 늘리기에는 적격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향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실수요자 중심의 규제 완화가 예상되고 있다. 핵심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정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연소득의 40%를 적용하는 DSR 규제 대상을 현재 2억원 초과 대출에서 5억원 초과 대출로 바꾸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청년과 신혼부부 등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적은 차주들의 주거 구입 여력이 커지게 된다. 신용대출 여력도 생겨 현재 은행들이 설정한 연소득 이내인 한도폭도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서 가계대출 완화 분위기가 감지되자 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부터 문턱을 낮추기 시작한 가운데,  서울의 한 부동산 업체 밀집 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