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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천 아닌 측근공천'…홍준표,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
윤석열과 회동서 '측근 공천' 제안, 이마저도 거부당해
"청년 위한다면 청년 공천했어야…2030 이용했다"
2022-01-20 16:01:45 2022-01-20 16:38:57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됐다. 실리를 챙기기 위해 내건 조건이 단칼에 거부되면서다. 홍 의원으로서는 남은 선택지가 협소해졌다. 조건 없이 선대본에 몸을 담든지, 아니면 다시 광야로 나가는 길 뿐이다. 
 
홍 의원은 지난 19일 윤석열 후보와의 비공개 만찬회동 직후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 선대본부 합류 조건으로 국정운영 능력 담보 조치, 처가 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는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서울 종로,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대구 중·남구 전략공천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년 장사를 한다'는 거센 비판에 처했다. 두 사람 모두 경선 당시 홍 의원을 도왔던 인물들이다.
 
경선에서 2030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민심(여론조사)에서 크게 이기고도 당심(당원조사)에서 대패해 대권 재도전의 기회를 놓친 홍 의원은 패배 직후 "이 땅의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공유하는 놀이터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플랫폼 '청년의꿈'을 개설했다. 홈페이지 개설 일주일 만에 1000만 페이지뷰를 달성할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윤 후보의 계속된 러브콜에 거리를 두던 홍 의원은 선대위를 "잡탕밥"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 되면 대한민국 불행", "대선 지는 사람 감옥행" 등의 독설도 내뱉었다. 
 
당 안팎에서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원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홍 의원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미 대구 선대위 고문으로 참여 중"이라고 일축했다. "윤 후보의 추락 원인은 측근들 준동, 후보의 역량 부족, 가족 비리로 인한 공정과 상실"이라며 "뜬금없이 원팀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라고도 했다. 급기야 "제 의견은 3월9일까지 없다"며 대선에 일체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던 홍 의원이 돌연 윤 후보와 회동 후 "그래도 양아치가 대통령 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느냐"면서 윤 후보 손을 들어줬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사람에 대한 '양비론'에서의 급격한 선회였지만,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야권의 대의명분인 정권교체는 홍 의원의 합류 필요성을 당 안팎에서 제기한 진즉부터 나왔기에 이를 꺼내들기에는 설득력이 약해 보였다. 당장 홍 의원과 청년들의 소통 창구인 '청년의꿈'에서부터 합류 반대 목소리가 제기됐다. "잡탕밥의 어르신이 아니지 않느냐"는 말은 부메랑이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청년의꿈 캡처
 
홍 의원이 청년과의 약속을 버리고 실리를 택한 사실은 비공개 회동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실체가 드러났다. 이준석 대표는 20일 한 라디오에서 홍 의원이 내건 두 가지 조건과 관련해 "(결국)내 사람 쓰라는 얘기"라며 이를 '소값'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와서 보면 저는 얼마나 사심 없는 사람인가. 세상에 어떤 사람이 지하철 인사하는 걸 요구 조건으로 걸겠냐"며 자신이 윤 후보에게 '연습문제'를 낸 것을 홍 의원의 측근 공천 요구와 비교하기도 했다.
 
당도 난색을 표했다. 권영세 본부장은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추천했다고 해서 그분이 바로 공천되는 건 우리당 민주적 절차에 걸맞지 않다"며 "윤 후보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원칙 하에서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원칙을 말했다"고 윤 후보 뜻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과거 구태에서 벗어나 공정, 상식을 통해서만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는 데 홍 의원도 당연히 동의하리라 믿는다"고 압박했다.
 
자신의 요구가 '구태정치'로 규정되는 수모를 겪은 홍 의원도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을 해서 정리를 했어야지,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을 가지고 나를 비난하나"라며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쏘아붙였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종로 공천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홍 의원은 "국정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 중에 그런 사람들이 대선의 전면에 나서야 증거가 된다"며 "그래서 요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홍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재건하기 위해 2030청년들을 이용했다"고 혹평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진정으로 청년들과 소통하고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었다면 청년을 공천했어야 했다. 결국 자기 사람을 챙긴 것"이라며 "홍 의원과 청년과의 관계는 이상한 밀월 관계였는데, 이번에 들통이 난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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