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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상권법 코앞)①소상공인 보호한다는데…어떻게 달라지나
톱다운 아닌 바텀업 방식…상인·임대인이 판 짜
2021-12-27 06:01:17 2021-12-27 06:01:17
내년 4월부터 지역상권법이 시행된다. 지역상권의 쇠퇴를 막고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를 바탕으로 한 이 법안은 올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7월에 공포됐다. 지난 국회에서부터 논의가 돼왔지만 재산권 침해 논란 등으로 올해에야 결실을 맺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규제 방안을 담고 있는 데다 이미 유럽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잘 정착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실효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총 3회에 걸쳐 아직은 생소한 지역상권법에 대해 알아보고 관련 업계, 학계, 자영업자의 반응과 전망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역상권법은 궁극적으로 영세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 완화와 쇠퇴 상권의 재도약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상업지역 50% 이상, 점포 100곳이 포함된 구역에 대해 임대인과 임차인간 상생협약을 체결한 뒤 상인, 임대인, 토지소유자들의 각각 3분의2 동의를 얻어 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10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상권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물론 구역을 지정하려면 협의체나 조합 구성부터 상생협약 체결, 시·군·구에 신청, 공청회 개최를 거쳐 시·도지사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이렇게 지정된 상권활성화구역은 상생협약으로 정하는 비율 이내의 임대료 인상을 제한받고 임차기간을 보장받는다. 또 부설주차장 설치 특례를 적용받는다.
 
지역상권법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구역은 2가지로 나뉜다. 지역상생구역과 자율상권구역이다. 지역상생구역의 경우 임대료가 일정기준 이상 급격히 상승하거나 상승할 수 있는 곳이 대상이다. 자율상권구역은 △점포수 △매출액 △인구수 중 2개 이상이 일정기준 이상 감소하는 지역이 대상이다.
 
즉, 인기가 많은 지역의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기존의 원주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지역상생구역으로 정하는 것이고, 쇠퇴한 곳은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각각 다소 상반되는 분위기의 지역을 대상으로 삼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은 같다.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지역상생법이 ‘바텀업(아래에서 위로)’ 방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들은 대다수가 위에서 결정해서 아래로 내려가는 톱다운 방식이었다. 지역상권법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 함께 구역을 설정하고 방향을 잡아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 현장의 관계자들이 판을 짜고 지자체가 도와주는 개념인 셈이다.
 
지역상생구역은 업종제한이, 자율상권조합에는 각종 지원과 특례가 중점적으로 적용된다. 지역상생구역에서 제한을 받는 업종은 △단란주점, 유흥주점 △중소기업 규모 초과 가맹본부의 직영점 △대규모·준대규모 점포 △사행행위업종 등이다. 가맹본부 직영점의 영업제한은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연간 매출액 기준이 중소기업의 규모를 초과하는 경우로 설정한다. 제조업 1500억원 이하, 도소매업 1000억원 이하, 여가·개인 서비스 600억원 이하, 숙박·음식점업 400억원 이하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 올리브영, 다이소 등 신규 출점이 활발한 프랜차이즈 직영점들은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상생협의체와 협의가 이뤄지면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완전한 제한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역상권법을 연구한 한정미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상권법은 참여주체가 많은 법인데다 지원사항과 규제사항이 함께 들어있는 법”이라며 “정부가 주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자체적으로 하겠다고 할 때 도와주는 것이어서 자율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법이 시행되자마자 지역상권 활성화 붐이 분다기보다는 점차 우수 사례가 하나, 둘 나오는 방식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꽤 소요될 것”이라며 “기업에 대한 업종제한이 일방적이지 않고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율상권구역에선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특례, 특성화 사업 등 상권활성화 지원이 이뤄진다. 쇠퇴한 곳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다. 지역상생구역과 자율상권구역 공통으로는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는 조세 또는 부담금의 감면 △상가건물 소유자에 대한 건물 개축, 대수선비 등의 융자 △상인·초기창업자에 대한 시설비, 운영비 등 융자 △구역 활성화를 위한 조사·연구비 등의 보조 혜택이 주어진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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