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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NFT 광풍)③NFT 거품론도 대두…희소성 있는 콘텐츠가 관건
메타버스·NFT 패러다임 지속 여부에 기대와 우려 공존
전문가들 "NFT 실체 먼저 파악한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2021-12-13 06:12:11 2021-12-13 06:12:11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메타버스 내 강하게 부는 NFT 바람은 얼마나 오랜 기간 이어질까.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해당 사안이 중요한 논쟁거리다. NFT를 붙인 키워드가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거품이 끼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NFT 등의 신기술 관련한 계획 발표만으로도 회사의 주가는 들썩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엔씨소프트를 들 수 있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초 NFT를 적용한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발표에 그간 지지부진했던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전일 대비 30%가까이 급등했다. 규모가 큰 시가총액 20위권 대형주의 상한가는 이례적인 일이다. 엔씨뿐 아니라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컴투스, 게임빌, 네오위즈 등도 NFT 사업 진출선언에 주가가 수직상승했다. NFT 미술 작품도 비싼 값에 팔려 화제가 됐다. 지난 3월 NFT 기술을 적용한 미국 작가 비플의 작품은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고가 780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먼)이 NFT 기술로 창작한 작품. 사진/크리스티옥션
 
그러나 거품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NFT와 관련한 사업들은 국내에서 올해 들어서야 개발에 착수한 단계로 섣불리 장밋빛 전망만으로 운운하기엔 성급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는 "조던의 덩크 영상과 달리 내가 농구하는 영상은 NFT 가치가 제로일 것"이라며 "NFT 게임이 시장에서 핫한 아이템이지만, 게임 속 아이템이 게임 밖에서도 가치를 가지려면 게임의 재미가 본질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게임 이용자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NFT 의미가 영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신중하게 고려해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와 같은 NFT 거래 관련한 폐해가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 지난 6월 워너비인터내셔널은 근현대미술의 3대 거장인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의 작품의 실물을 스캔에 컴퓨터파일로 만들고 NFT로 제작해 경매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유족 등 실물 원본 저작권자의 반발로 경매를 중단하게 됐다. 무분별하게 원본과 NFT 디지털 예술품의 진위가 증명되지 않고 NFT화하는 시도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다. 지난 8월에는 글로벌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에서 유명캐릭터 '개구리 페페'를 테마로 하는 '새드 프로그 디스트릭트'의 저작권 침해 논란도 비슷한 일례로 꼽힌다. 새드 프로그 디스트릭트는 랜덤으로 생성된 7000개의 개구리 캐릭터를 프로필 사진으로 하는 이더리움 기반 NFT 프로젝트로 원 제작자가 저작권 침해를 제기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그러나 원작자 동의없이 페페 NFT는 1900여명에게 이미 팔린 상태로 해당 작품에 대해선 저작권 범주에 벗어나 보상받을 길이 없다.
 
국내서 NFT를 활용한 P2E 모델의 선구자로 떠오른 위메이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블록체인게임 '미르4'에서 흑철 버그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1일 미르4에서 흑철을 복사하는 버그가 일부 서버에서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위메이드는 빠르게 게임 서비스 점검에 나서 복사한 버그를 악용한 계정을 영구 차단했지만 이 때문에 주가와 위믹스 토큰 가치가 동반 하락했다. P2E 게임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이 사건은 게임 자체 이용자들 뿐 아니라 위메이드의 토큰이 거래되는 거래소까지 이어져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까지 따르는 부담이 있다.
 
NFT관련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전문가들은 NFT가 대단한 미래를 바꾸는 신기술인 것마냥 여론에 호도돼 거품론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게임산업이 메타버스, NFT란 개념에 휘둘리는 분위기"라며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로 디지털 휴먼, 인공지능(AI), NFT로, 이들 단어에 너무 힘을 줬는데 사실 그간 게임사들이 줄곧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일 뿐 특별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내 AI는 캐릭터를 움직이는 필요한 기술로 이전부터 개발해오던 신기술의 일종이다. 평소 하던 대로 담담하게 가야하는데 이걸 전부 메타버스로 통칭해 부각시키다보니 안개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안개를 걷고 실체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NFT를 언급하기 앞서 직접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언급은 여러 곳에서 얘기되는데 제가 만난 분들 거의 다수가 NFT를 본 적이 없었다. 구매하는 사람도 NFT 실체를 모르고, 그게 언론을 통해 부정확한 정보가 재확산되면서 버블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NFT 가치를 따질 때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다. 김 교수는 콘텐츠가 희소가치를 가져야 NFT활용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NFT는 일종의 블록체인에 등록된 등기권리증으로, 아파트를 살 때 등기 권리증이 따로 나오는 것과 비슷한 측면에서 바라보면 된다"면서 "아파트 가격이 고가에 거래되려면 아파트 자체가 좋은 땅에 위치하는 등 희소가치를 내재하고 있어야하는 것처럼 NFT도 원본에서의 가치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찌백이 500만원이라고 했을 때 NFT 가격이 500억이라면 말이 안되는 것인데 디지털아트나 게임아이템도 마찬가지"라며 "아파트 사고팔 때 등기권리증을 확인하는 것처럼 NFT 거래를 할 때도 제대로 확인을 해야 봉변을 당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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