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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하이푸' 보험…보장 축소 신호탄
KB손보, 내달부터 하이푸 수술비 한도 절반 축소
과잉 진료 등 도덕적해이 따른 손해율 악화 영향
2021-11-29 15:09:07 2021-11-29 15:09:07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여심 공략을 위해 업계 최초로 '하이푸(고강도집속형초음파수술)' 담보를 선보였던 KB손해보험이 보장 축소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보험금 지급 분쟁이 잦았던 하이푸 시술을 전용 보험으로 내놓자 과잉 진료 등 도덕적 해이로 인한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치솟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내달부터 종합보험과 유병자보험의 하이푸 수술비 한도를 각각 절반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종합보험 4종의 하이푸 수술비 가입금액을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하한다. 유병자보험 2종은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인다.
 
하이푸는 30~40대 여성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자궁근종의 비침습적 시술이다. 전신마취나 절개 등의 과정이 없어 회복이 빠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KB손해보험이 지난 7월 하이푸 담보를 신설하면서 해당 건강보험 상품은 출시 두 달 만에 매출 18억원을 달성했다. 이어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도 줄줄이 하이푸 담보 영업에 뛰어들었다. 
 
야심차게 내놨던 하이푸 담보의 보장이 대폭 쪼그라드는 것은 손해율이 상승한 영향이 크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출시 후 단기간에 손해율이 100%를 넘어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의 비급여 비중은 하이푸 시술이 2.0%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당 금액은 922만원으로 62.7% 늘어났다. 비급여 항목인 하이푸 시술은 백내장, 여성초음파, 비밸브재건술 등과 더불어 과잉 진료에 따른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하이푸 수술비 담보의 손해율은 최대 900%까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푸는 과거에도 보험금 분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일부 보험사들은 질병수술비 담보에서 하이푸 시술이 약관상 수술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다며 보험금 지급을 꺼려왔다. '의사가 생체를 절단·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행위'가 약관상 수술의 정의인데, 하이푸는 피부를 절개하는 행위 등이 없다는 설명이다. 약관 해석에 대한 이견이 나오자 아예 약관 일부를 수정해 '하이푸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시술'이라고 개제하는 사례도 나왔다.
 
신기술을 적용한 여성질환 치료법의 선호도가 증가하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여성 전용 담보 개발에 집중해 소구력을 높이고 있다. 여성 특정암 등 여성 위주 담보에 배타적사용권(보험 특허권)을 신청하는가 하면 맘모톰 등 여성 전용 상품을 속속 내놓는 중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 전용 비급여 항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상품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다만 손해율이 높은 일부 담보들에 대해선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 강남 사옥 전경. 사진/KB손해보험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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