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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CEO가 11월부터 회계법인 쫓아다니는 사연은
사업·감사보고서 주총 1주일 전 제출시 '대란' 미리 막기위한 고육책
사업보고서 지연시 관리종목 지정 사태, 한시라도 빨리 마감해야 하는 압박
2021-11-29 06:00:00 2021-11-29 0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상장사 대표이사와 회계 관리팀 임원들이 올해 결산을 마무리하기 전부터 회계법인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상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사업보고서 지연·감사의견에 대한 압박이 벌써부터 심해지는 모양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상장사들이 내년 초 있을 정기 주주총회와 사업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일찍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일부 상장 기업 대표이사는 담당 회계법인에 방문해 감사에 필요한 자료 챙기기에 나섰다.
 
기업들이 사업보고서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 이유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상법 시행령 개정 때문이다. 기업들은 정기 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전 법상의 경우 사업보고서는 사업연도가 끝난 후 90일 이내, 감사보고서는 주총 1주일 전까지 제출하면 됐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넉넉했다면, 바뀐 개정안에서는 이 기간이 줄어들면서 기한이 타이트해졌다.
 
기업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실제로 올해 초 사업보고서를 늦게 제출하거나 감사의견을 거절로 받은 기업이 속출했다. 특히 사업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할 경우 한국거래소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가 변동이 발생하는 2차적인 문제로도 이어지게 됐다. 외부감사 결과 ‘의견거절’을 받으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는 만큼 기업에게는 존폐가 걸린 문제로 직결된다.
 
기업들은 올해와 같은 ‘대란’이 벌어지는 것을 미연의 방지하기 위해 벌써부터 내년도 제출해야 할 회계 준비에 나서고 있다. 기업 IR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주주총회 1주일 전에 제출하기 위해 기업들의 업무 과중이 과도해졌다”면서 “이미 한번 대란을 겪고 난 후부터는 11월부터 내년 사업보고서 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금융투자업자 관계자도 “최근 일부 상장사 기업들은 회계법인을 직접 방문하는 등 감사의견 ‘거절’이 나오지 않도록 일찍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서부터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외부감사도 보다 강화된다. 내부회계 감사제는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 과정 전반을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제도다. 지난해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했다. 올해부터는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사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됐으며 내년에는 자산 1000억원 이상, 2023년부터는 모든 상장사가 감사 대상이 된다.
 
상장사 회계 담당 관계자는 “공시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중소 기업의 경우 해당 시스템이 안갖춰져 있는 경우가 다수”라면서 “추가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회계법인에 컨설팅을 받는 등 추가적인 비용과 업무 증대가 생겨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한국IR협의회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주주총회의 분산과 주총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들의 보고서 제출을 단축시켰지만, 오히려 기업들의 감사 시간 단축으로 품질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올해 12월 결산을 한 이후 내년 초까지 보고서를 마무리하기 위해 기업과 회계법인 모두가 시간 압박을 받고 있어 기업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내년 초 주주총회 일주일 전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일찍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외부 감사기관의 감사모습.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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