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ESG투자, 이렇게 준비하자)④"같은 ESG 통합점수? 산업·업종별 E·S·G 비중 달리봐야"
김정남 삼정회계법인 ESG 전략팀 리드 파트너 인터뷰
"게임 기업이 E 점수 안좋다고 망하진 않지만…석유 기업은 치명적"
단 하나만 본다면 'G'…경영진의 도덕·윤리성, 업종 불문 중요
2021-11-26 06:00:00 2021-11-26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국민연금을 비롯해 글로벌 기관들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공표하는 시대다. 하지만 개인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ESG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기업이 잘한다고 평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는 사이 세상의 흐름은 더욱 빨라졌다. 정부에서는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기업들은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주요 기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요 투자 골자로 천명했다. 더이상 ESG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세계 투자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 <편집자 주>
 
"ESG 점수를 볼 때 환경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라면 E(환경) 점수를 봐야 한다. 리스크가 있는 그 부분을 보는 거다. 게임이나 인터넷 기업들은 쓰는 에너지가 반도체 공장에서 쓰는 에너지에 비할 바는 아닐 거다. 그 업종은 인적자원, 공정이슈 등을 우선 봐야 한다."
 
김정남 삼정회계법인 상무(ESG 전략팀 리드 파트너)는 ESG의 잣대로 기업을 평가할 때 종합점수보다는 산업·기업별로 주요 기준을 달리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기업의 존속 여부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리스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그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상무는 국내에서 ESG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2000년대 초반부터 로컬 로펌에서 ESG 기업 컨설팅을 시작해 2013년 삼정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SK그룹과 네이버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ESG 주도 기업의 반열에 오르는 데는 그의 공이 혁혁했다. 
 
ESG가 기업들의 생사여부와 직결되는 것을 봐오며 그 중요성을 피부로 체감한 그에게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ESG 투자에 접근해야 할 지, ESG 잘하는 기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ESG 투자,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ESG 투자엔 몇가지 기법이 있다. ESG만 보고 '책임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총기회사나 담배, 주류회사, 무기회사에는 그들이 돈을 벌든 안벌든 투자하지 않는 거다. 반대로 신재생 에너지 기업이라면 재무 상황과 상관없이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섞어서 통합투자하는 기법도 있다. 재무를 기반으로 하되 ESG에서 부정적인 이슈가 있다면 제외하겠다는 기법이다. 특정 점수 아래로 떨어지면 제외하거나, ESG에 10%나 5% 정도의 가점을 줘서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이런 정교한 방식은 기관투자자들이 '책임투자' 차원에서 이뤄진다. 개인이 수익을 목표로 투자한다면 재무를 안보고 들어갈 이유가 없고 책임투자의 리스크를 질 필요도 없다. 개인은 'ESG 리스크로 미래 존속 가치가 낮아질 수 있는 기업'을 피하기 위해, 10~20년 후에도 계속 잘 되는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ESG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무적 가치를 예측하는 건 '계속기업'이라는 전제가 유효할 때 의미있다. 지배구조 이슈, 신용리스크 등으로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망하는 걸 우리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봤다. 
 
김정남 삼정회계법인 상무. 사진/우연수 기자
ESG 리스크가 기업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증권업계에선 산업 일부의 변수만 갖고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냐고도 하지만, 경제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상황에선 '절벽'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처음 맡은 ESG 자문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전기전자 제품에서 유해물질을 없애고 재활용도를 높여야 유럽에 수출이 가능한 환경규제가 있어서 유수의 전기전자 제품업체들과 자동차 업체들을 정부와 함께 컨설팅한 사례다. 그 때 '환경 이슈를 못따라가면 아예 팔 수가 없겠구나', '선진국 입장에선 하나의 무역장벽으로 쓸 수 있겠구나' 느꼈다. 심지어 납땜이 그렇게 흔했는데, 지금은 어느 전기전자 업체도 납을 쓰지 않는다. 과거엔 싸게 만드는 게 중요했지만 이제는 환경 규제에 미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기업의 미래 가치는 과거 재무제표만으로 설명이 안된다. 재무제표는 미래가 아닌 과거 성과고, 이것이 미래 성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또한 생존하기 위해선 돈도 벌어야 하지만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CEO가 갑자기 감옥에 가서도 안되고, 부패에 연루돼 법정에 서도 안되고, 분식회계도 없어야 한다. 얼마나 리스크 관리를 잘 해서 생존할 지를 봐야 하는데, 그걸 보려면 ESG를 봐야하는 거다.
 
ESG 평가 점수나 자료를 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평가 점수가 좋아도 어디에서 좋은지를 봐야 한다. 종합적으론 나쁘지 않아도 그 기업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이라면 환경 점수를 우선 봐야 한다. 오일 가스 산업의 경우 환경이 제일 중요할 테다. 당장 10년, 20년 후 환경 규제로 인해 사업을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나 인터넷 기업은 반도체 공장에서 쓰는 에너지에 비할 건 아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인적자원과 공정이슈를 봐야 할 테다. 게임과 인터넷 회사의 핵심 자원은 우수한 인재들이며, 공정거래 관련 규제 리스크에도 상시 노출돼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여러 기업들을 컨설팅해본 결과, 하나만 봐야 한다면 G가 가장 중요하다. CEO의 도덕성과 윤리는 업종 불문 중요하다. MSCI도 E와 S에선 업종별로 다른 기준을 쓰지만, G에 대해선 업종 불문 같은 기준으로 본다. 
 
오랜 기간 자문을 해본 결과 가장 중요한 건 경영진의 의지였다. ESG를 잘 하는 건 나 혼자 바뀌는 게 아니라 임직원과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협력사들이 도와야 하는 문제라 경영진의 소통 능력과 도덕성, 성실성, 책임감 등이 중요하다. 2017년 SK 그룹의 자문을 맡았을 때 당시 최태원 회장이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5년 만에 급격하게 기업이 변했는데, 지금은 재무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계열사들이 많이 있다. ESG로의 전환을 임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잘 전달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