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집값 잡으려다 차주 잡은 금융당국
전문가들 "불합리한 대출금리 바로잡아야"
2021-11-23 15:34:38 2021-11-23 15:34:3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집값 안정을 목표로 했던 대출규제가 무분별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불합리한 금리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정부도 비판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지난 19일 기준 연 3.44∼4.861% 수준이다. 지난해 12월31일(2.52∼4.054%)과 비교하면 올 들어 최저 금리는 0.92%포인트, 최고 금리는 0.807포인트나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2.69∼4.20%에서 3.76∼5.122%로 올랐다. 최저 금리가 1.07%포인트나 뛰었고, 최고 금리도 0.922%포인트나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도 현재 3.4∼4.63%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말(2.65∼3.76%)보다 최저 0.75%포인트, 최고 0.87%포인트 각각 확대됐다.
 
은행은 코픽스나 은행채 등 지표금리에 우대금리를 깎고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최종 대출금리를 결정한다. 올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으로 각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대출금리의 확대폭이 커졌다. 정부가 사실상 대출 규제 수단으로 금리 상승을 주도적으로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자 금융당국의 태도도 바뀌었다. 당초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며 시장 개입 불가 원칙을 고수했지만, 뒤늦게 '모니터링' 방침을 밝혔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19일 8개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실제 영업현장에서 각 은행의 대출금리, 특히 가산금리 및 우대금리 산정 및 운영이 모범규준에 따라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2일 "금리는 대출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등을 반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출금리 동향이나 예대마진 추이를 금감원과 같은 입장에서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이같은 발언은 당초 '시장 개입 불가' 기조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여전히 시장금리는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만큼 금리결정기준 등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시장에서는 일관성 없는 당국의 태도를 질타하며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준거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 뿐만 아니라 예금수신금리도 비슷하게 올라야 하지만, 예대금리차가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은 수신금리가 그에 맞게 인상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려야 맞다"며 "금융당국은 개입 불가 원칙을 고수하며 방관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시장에 적극 개입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입장으로 일관성 없는 불합리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금융당국이 시장 불개입을 운운하면서 기본적인 책임조차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현실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불합리한 대출금리 인상을 바로잡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들이 예대마진 확대 등 더 큰 독점력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금리 문제에 직접 개입하면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들의 독점력을 해소하기 위해 경쟁 구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