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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마이 네임’ 박희순 “이젠 내 이름 찾고 싶어요”
“‘언더커버’ 소재, 그리고 ‘언더커버’ 클리셰…차이는 여성 캐릭터”
“‘코리안 사이코’ 최무진, 관객이 그의 행동·감정 상상하길 원했다”
2021-10-26 00:01:01 2021-10-26 09:26:1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정말 이런 배우도 드물다. 우선 이름이 너무 순둥순둥하다. 이름 갖고 사람 평가하면 안 된다. 당연하다. 그런데 이 배우는 이름을 얘기 안 할 수가 없다. 그건 바로 얼굴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완벽하게 느와르 장르에 특화된 강렬함이 드러난다. 어떤 감정의 표정을 얼굴로 드러내도 느와르남성미가 뚝뚝 떨어진다. 그래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남성미가 물씬 느껴지는 강렬한 액션 장르가 많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건 그의 실체다. 그를 정말 잘 아는 주변 지인들은 그의 숨은 유머러스함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오히려 안타까워할 정도다. 그의 이런 숨은 실체를 알고 2016년 개봉한 저 예산 코미디 영화가 그를 캐스팅한 바 있다. 물론 안타깝게도 흥행에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배우는 지금도 사이즈가 큰 코미디 영화에서 날 불러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웃는다. 우선 이름은 비슷한 개그맨을 떠올리게 한다. 얼굴은 완벽하게 영웅본색스럽다. 그런데 성격은 주성치도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기다. 배우 박희순. 그리고 이번에도 아쉽지만(?) 그는 범죄 느와르 마이 네임에서 살벌한 조직폭력배 보스로 출연했다. 그는 제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이젠 찾고 싶다며 웃는다.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마이 네임은 올 하반기 ‘D.P.’가 판을 키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세계에서 오징어 게임에 이어 가장 큰 흥행에 성공한 K-콘텐츠가 됐다. 사실상 오징어 게임수혜를 톡톡히 본 마이 네임이란 평가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마이 네임만의 힘도 분명하다. 그 힘의 절반 이상은 극중 피도 눈물도 없는, 하지만 어딘지 묘하게 보듬어 주고 싶은 악역 최무진을 연기한 박희순의 존재감 때문이다. 현재 마이 네임은 넷플릭스 월드랭킹 3위까지 치솟은 상태다.
 
세계 3위란 숫자가 뭐 경험해 본적도 없고 상상해 보지도 않은 것이라 실감은 거의 없어요. 사실상 오징어 게임에게 감사해야죠. ‘오징어 게임이 세계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생각해요. 그게 사실이고. 그런 면에서 제작진과 감독님에게도 정말 감사 드리죠. 모든 면에서 의미가 있는 순위이고 주목이라고 봐요. 이미 K-POP이 세계 공통어가 됐듯, K-드라마도 시작이라고 봅니다.”
 
사실 마이 네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르적 익숙함으로 가득하다. 이젠 정말 낯선 단어가 된 클리셰. ‘마이 네임은 복수극 그리고 느와르 장르 그리고 범죄물의 모든 전형성, 클리셰가 전부 담겨 있다. 다시 말해 굉장히 익숙하단 얘기다. 하지만 마이 네임은 익숙하면서도 결코 익숙한 맛이 나지 않았다. 박희순도 보통의 복수 느와르 장르였다면 출연을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게 눈에 보였다.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너무 익숙한 얘기잖아요. 언더커버가 나오고. 사실 언더커버가 나오면 그것 자체가 클리셰가 되 버려서 익숙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근데 한 가지 차이가 있더라고요. 이 얘기 자체를 어떻게 풀어갈까. 그게 눈에 다르게 보였어요. 가장 큰 차이가 여성 캐릭터였죠. 한소희가 연기한 윤지우란 인물이 다르게 보였죠.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선 최무진이란 인물이 그렇게 보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박희순이 분석하고 파악한 최무진은 어떤 인물일까. ‘마이 네임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폭력조직의 보스로 등장한다. 하지만 반면에 인간미가 넘치는 이른바 츤데레같은 면도 강하다. 자신의 절친 동훈의 딸인 지우를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도 선보인다. 하지만 이런 면에 나중에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를 제시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이런 면은 최무진이란 인물을 설명하는 키워드일 뿐이다. 박희순의 눈에 비친 최무진은 이랬다.
 
“’코리안 사이코라고 하는 게 딱 들어 맞을 것 같아요.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가 생각이 났었죠. 냉철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 근데 코리안 사이코인 최무진은 사실 많이 흔들리잖아요. 각각의 상황에서 감정을 많이 드러내요. 사이코인데(웃음). 극악무도하고 나쁜놈인 것 맞아요. 근데 상황마다 고민하고 또 번민하죠. 그런 번민 속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이미 넷플릭스에 공개가 됐다. 온라인에도 마이 네임에 대한 반전이 많이 언급됐다. 때문에 박희순에게 안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촬영 전 대본을 받고 마이 네임전체에 대한 반전 키워드를 먼저 봤다. 익숙하면 익숙한 코드일 수 있다. 하지만 최무진이란 인물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이 접목돼야 마이 네임속 반전을 이해할 수 있다. 박희순의 설명은 또 이랬다.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면 이 기사를 읽기 전까지 안보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서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최대한으로 공개를 하죠. 최무진은 나쁜놈이에요. 그건 확실하잖아요. 근데 전 최무진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이니 그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해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의 모든 걸 정당화 시켜야 했죠. 그리고 최무진의 행동과 감정을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게 여백을 남겨야 했어요.”
 
이런 점은 마이 네임을 본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상상을 안겼다. 그 상상의 대부분은 바로 최무진과 윤지우의 관계다. 윤지우는 최무진이 가장 믿었던 자신의 조직 동료이자 부하의 딸이다. 하지만 그가 죽은 뒤 윤지우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최무진을 찾아왔다. 최무진은 그런 윤지우를 곁에 두고 조직의 칼이 될 킬러로 키워냈다. 이 과정에서 지우의 곁을 맴돌며 그를 지켜주는 모습도 보인다.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최무진이 윤지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담은 감상평을 많이 봤어요. 지우는 무진에겐 친구의 딸이잖아요. 글쎄요. 굉장히 많은 감정들이 무진에게 있었을 것 같아요. 근데 그 감정들은 무진도 사실 잘 모를 거에요.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배신에 대한 복수를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흔들리는 모습도 보이고. 무진에겐 처음부터 두 가지 카드가 있었을 것 같아요. 진실된 거짓, 거짓된 진실. 두 가지가 늘 마음에 있었기에 지우도 헷갈렸고, 무진도 그랬고. 보시는 관객 분들도 그랬을 거에요.”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최무진그리고 마이 네임을 본 관객들이 파악한 최무진사이에 존재한 어떤 간격을 본 뒤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당연히 배우가 파악한 캐릭터의 드러나지 않은 모습과 관객들이 배우가 만들어 낸 캐릭터를 보면서 느낀 감정 사이는 상당히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다. 물론 때로는 굉장히 가깝기도 하다.
 
최근 집에만 있으면서 마이 네임관련 기사나 감상평들을 인터넷으로 많이 봐요. 그때마다 되게 소름이 돋는데, 보신 분들의 평이 너무나 다 다르더라고요. 어떤 감상평에선 내 생각을 들켜 버린 것도 있었고, 어떤 감상평에선 내가 생각지도 못한 걸 알게 된 것도 있었고. 되게 희열이 있더라고요. 내 표정과 연기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서사를 느낀단 게 너무 기분이 좋았죠. 배우는 그런 것 같아요. 작품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내 연기로 이런 많은 얘기를 만들어 냈단 게 너무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배우 박희순. 사진/넷플릭스
 
그는 마지막으로 마이 네임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딱 한 가지 있다고 한다. 이미 전 세계 글로벌 흥행 순위 TOP5안에 들었다.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박희순은 원하는 게 더 있다고 한다. 아니 다시 말하면 처음부터 원했던 것이라고 웃는다.
 
제발 제 이름을 이젠 좀 찾고 싶어요(웃음). 제 오랜 팬들도 가끔씩 제 이름을 헷갈려 하세요. 하하하. 여전히 절 개그맨 박휘순으로 아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마이 네임이 흥행하는 만큼 제 이름도 제발 박희순으로 좀 알려졌으면 합니다. 제발입니다.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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