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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재등판의 '딜레마'…문제는 '홍준표'
김종인, 윤석열 경선 승리시 등판 유력…홍준표 반발로 '원팀' 불가
홍준표측 "김종인, 윤석열에 기울어져…매달리는 모양새 적절치 않아"
2021-10-25 16:32:26 2021-10-25 16:32:26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재등판이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홍준표'라는 암초가 딜레마로 제시됐다. 홍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이 이미 윤석열 후보에게 쏠렸다고 반발하고 있어 경선 이후 화학적 결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의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합류설에 대해 "후보가 누구냐에 상관없이 김 전 위원장의 역량이 쓰였으면 좋겠다고 (당대표)취임 후부터 일관되게 이야기했다"면서 재등판론을 부정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 돼야 김종인 선대위원장"
 
이 대표는 전날 김 전 위원장과 서울 모처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선대위 구성 등 경선 이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선대본부를 차려야 하는 만큼 선대위 구성에 대한 이 대표의 생각을 들었다"면서 "나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람인데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하겠느냐"고 일단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가 '경선을 마치면 김 전 위원장이 도와주실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 데 대해선 "그것은 본인 느낌이 그런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결심할지 11월5일이 경과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는 결국 다음달 5일 국민의힘 후보로 누가 결정되느냐에 따라 김 전 위원장이 거취를 달리 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연결된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김 전 위원장이)국민의힘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는 시나리오가 슬슬 가동되는 것이라고 분석해야 한다"면서 "여기엔 단서가 달리는데 윤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는 경우지, 홍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면 이 시나리오는 가동이 안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이 다른 사람들은 복당시켜 주면서 홍 후보는 복당시켜 주지 않았다"면서 "그랬던 김 전 위원장이 홍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새로운물결'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윤 후보도 계속해서 김 전 위원장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윤 후보의 대외협력특보를 맡은 김경진 전 의원은 같은 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최소한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전화통화로 의견을 구한다"며 "필요할 때마다 굉장히 자주 만나는 걸로 알고 있다"고 긴밀한 관계임을 밝혔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대선주자 4명 중 가장 최근까지 공개적으로 만난 후보는 윤 후보뿐이다. 윤 후보 캠프에 김 전 위원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병민 대변인과 윤희석 공보특보, 김근식 비전전략실장 등이 있는 점도 양쪽의 가교 역할을 거들기에 충분하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홍준표측 "김종인, 윤석열에 기울어…우리가 매달리는 모양새 적절치 않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주자가 돼 김 전 위원장이 합류한다 해도, 홍 후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원팀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여명 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에 기울어진 모습을 보였다"며 편파성을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관련해서도 "김 전 위원장이 지금 우리 당에 어떤 직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그건 이 대표가 결정할 일"이라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오늘만 해도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 돼야 선대위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측 보도가 나왔는데, 이 상황에서 우리가 뭐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과 홍 후보 간 관계설정에 대해서도 "저희가 마치 매달리는 모양새처럼 김 전 위원장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홍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구원은, 서로를 향한 앙금이 쉽게 털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는 지난 2020년 4·15 총선 당시 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반발해 탈당 후 당선됐지만, 김종인 비대위가 끝날 때까지 복당하지 못했다. 마음이 상한 홍 후보는 "몽니", "오만방자" 등의 단어를 써가며 김 위원장과 각을 세웠다. 심지어 홍 후보는 "내가 검사 시절인 19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때 20분 만에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뇌물 사건을 자백받았다"면서 노태우정부 시절 '동화은행 뇌물 수수 사건'까지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의 치부를 건드리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두 사람 관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치달았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김 평론가는 "김종인 선대위원장 체제가 된다면 홍준표 선대위원장이라는 그림이 소거, 즉 지워질 수밖에 없는데 과연 홍 후보 지지층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30세대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게 홍 후보인데, 이들은 국민의힘에 대한 애정도나 충성도가 높지 않아 (표심이)이동할 수 있다"며 "이런 점이 대선 전체 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봐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0일 오후 대구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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