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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당신은 이미 오징어 게임 도전자 입니다”
2021-10-18 00:00:00 2021-10-18 08:21:06
대한민국 가계 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 폭발 직전이다. 2018년 영화국가 부도의 날에서 경고했던 IMF시절의 국가 부채 한계가코로나19’를 거치며 가계 부채로 변질된 느낌이다.
 
사실 가계 빚이 있단 게 그 자체로 문제 될 건 아니다. 없으면 좋겠지만 빚이 있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라 말할 수도 없다. 갚아나가고 버티며 언젠가대출상환완료란 목적지에 도착하면 된다. 그런 날을 기다리는 희망으로 또 하루를 살아나가면 된다. 하지만 희망으로만 버티기엔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 과연 희망이 있기는 할까. ‘오징어 게임흥행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오징어 게임속 공포의 근원은 기존 상업 콘텐츠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실현 가능한 공포, 바로 이다. 벗어나려 발버둥칠수록 더 옥죄이기만 하는 말이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콘텐츠 제왕오징어 게임은 이렇듯 빚더미에 짓눌려 삶에 마침표를 찍거나 찍기 직전 이들의 고통을 재미로 치환시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빚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의 고통이 산업구조 한 축을 떠받드는 콘텐츠 발전에 이바지했단 아이러니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오징어 게임만이 이런 상황의 역설을 재미로 끌어낸 것은 아니다. 몇 년 전오징어 게임보다 앞서 전 세계를 뒤흔든 또 하나의 K-콘텐츠 기생충도 마찬가지였다. ‘기생충도 빚에 내몰려 기생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이 아귀다툼을 벌이다 결국엔 파국을 맞이한 내용으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오징어 게임이 데쓰 게임 장르를 표방하면서 종국엔 모두가 파국을 맞는 결말을 이끌어 낸 것과 같다.
 
두 작품 모두 현재의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소재로 사용했다는 것 외에도 콘텐츠 속에서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등장 인물들의 생존 방식이 어쩌면 그들에겐 가장 실현 가능한 희망적 현실을 담아냈단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란 점을 생각하면기생충오징어 게임이 지금 우리 사회를 비웃고 있는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도 있을 듯싶다. 외국인들이 달고나를 만들어 먹는단 사실에 들떠우리 문화가 최고란 엉뚱한 기쁨에만 취해있을 때는 아닌 듯하다.
 
희망은 콘텐츠 속이 아닌 현실에 발 붙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빚이 있는 모두는 현실에서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앞장서야 할 정치권에선 개그맨보다 더한 개그 욕심만 내고 있다. 뉴스를 보면서 어이없는 실소를 터트리는 현실 앞에 희망이란 두 글자가 진짜 현실에서 영원히 사라지진 않을지 두렵다.
 
최근 북한 대외선전매체메아리약육강식과 부정부패가 판 치고 패륜패덕이 일상화된 남조선 사회 실상을 폭로한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이는 남조선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 말을 전달하는 마음이 슬프다. 그건 흑색선전이라 반박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더 슬프다.제발 현실에서도 희망을 보고 싶다. 이 작은 것 하나를 바라는 지금이 너무 슬프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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