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징어게임과 대장동, 그리고 돈 사회
입력 : 2021-10-14 06:00:00 수정 : 2021-10-14 06:00:00
며칠 전 집 인근 한 유명 백화점에 가족이 함께 갈 일이 있었다. 일 년에 한두 차례 가는데 자동차를 가지고 간 것은 처음이었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다. 앞 차는 벤츠였다. 백화점 주차요원이 그 차를 'VIP 주차장' 쪽으로 안내했다. 내가 몰던 차량은 경차였다. 다시 한 층 더 내려가라는 손짓을 했다. 아래 층 주차장에는 모두 국산차가 줄 지어 주차돼 있었고 빈자리가 많아 쉽게 세웠다. 외제차는 특별대우를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상황을 경험하면서 그래서 최근 돈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돈이 별로 없는 사람까지도 앞다퉈 외제차를 많이들 몰고 다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대접받는 사회를 넘어서 돈을 숭배하는 사회다.
 
최근 우리 사회 최고의 화제는 단연 대장동과 오징어게임이다. 모두 돈과 관련이 있다. 먼저 한국인이 만들어 세계 넷플릭스 시장을 강타한 오징어게임부터 이야기해보자. 오징어게임하면 456억원을 떠올린다. 물론 드라마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달고나 뽑기' 등 게임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인상 깊었다. 오징어게임에서 달고나 뽑기의 성공 여부에 따라 생사와 거액의 돈을 거머쥘 수 있는 희망이 갈린다. 어릴 적 현실에서는 달고나 뽑기에 성공하면 손바닥보다 더 큰 동물 모양의 설탕 조각상을 받을 수 있었을 뿐이다. 달고나 뽑기가 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설정은 섬뜩하지만 오징어게임은 실제 현실을 잘 녹여냈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 아닌가 싶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인물은 한결같이 이런저런 이유로 돈이 없어 세상에서 삶을 지탱할 능력이 사라지자 죽음을 작정하고 지푸라기라도 잡을 요량으로 자발적으로 모여든 사람들이다. 이들을 보며 코로나로 생계 터전을 잃은 자영업자들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우리 현실에서는 456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대장동으로 장면을 바꾸면 돈의 액수는 더욱 커진다. 오징어게임의 총 상금 456억원의 10배인 456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조 단위의 돈이 등장한다. '대장동게임'은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다. 여기에 정치·사회 권력이 개입한다. 국회의원, 특별검사, 대법관, 변호사, 지방의회 의원과 공공기관 임원, 언론인 등 우리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이들이 대장 노릇을 하고 그들의 자녀와 형제자매들은 이들이 주무른 떡의 고물로 배를 채운다. 손바닥만 한 땅을 가졌던 원주민들과 운 좋게 이곳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단역 배우였고 나머지 국민은 구경꾼이었다. 대장동게임에 참여한 대장들과 그 가족들은 일확천금을 얻는데 별로 힘들이지 않았다. 위험을 감수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국민의 분노 수치는 날이 갈수록 더 높아만 간다. 거친 욕설을 해대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어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불공정 게임을 설계한 사람과 이 게임에 참여해 돈 독이 오를 만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사람들, 그 떡 고물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본격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치평론가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은 대장동 게임의 관전평을 제 입맛대로 내놓는다. 최종 승자와 최종 패자가 누가 될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오징어게임보다 더 오래 관전을 해야 할 것 같다.  
 
가상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두 게임을 보면서 돈 독이 오르면 사람들의 머리가 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런 사람이 많은 사회는 비정상이다. 돈을 좆는 그 자체는 비정상이 아니지만 돈을 위해 불법과 편법, 그리고 권력을 동원하는 것이 비정상이다. 오징어게임에서는 살아남아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폭력을 쓰고 상대를 속인다. 돈 맛을 안 사람, 즉 돈 독이 한 번 오른 사람에게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그들에게는 부모와 형제자매와 친구도 이웃도 없다. 돈이 곧 신이요, 돈이 곧 행복이다. 우리 사회가 돈 독이 오른 사람들이 향연을 벌일 때 돈 없어 정말 위험하고 피눈물 나는 일을 하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이 있다. 오징어게임에 참가한 사람들보다 더 비참하게 일생을 마친다. 그 부모들은 생을 마칠 때까지 절망과 씨름해야 한다. 오징어게임과 대장동게임을 보고 그런 일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소설 같은 이야기로만 여기고 웃어넘기는 사회가 정상 사회다. 돈을 비정상적으로 좆는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돈 사회다. 미친 사회다. 돈이 학벌과 권력을 삼키고 이것이 다시 돈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작용하면 그 사회는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금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그 해결도 우리 몫이다. 지금부터 사회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대선주자들이 그 설계도를 내놓아야 하고 유권자는 제대로 된 공약을 내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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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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