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MZ세대 떠받들기'가 불편한 까닭
입력 : 2021-09-29 06:00:00 수정 : 2021-09-29 06:00:00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2010년대 후반 우리나라를 강타한 단어가 '욜로'다. '인생은 오직 한번 뿐이니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단어는 2011년 미국의 한 래퍼의 노래 구절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TV 여행 예능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를 혼자 여행을 여성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 '욜로'라고 대답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유행어로 자리잡은 '욜로'는 대체로 젊은이들을 조롱하는 단어로 쓰였다. '한번뿐인 인생 나를 위해 살자'는 원래의 메시지는 실종되고, '한번뿐인 인생 죽기밖에 더 하겠어'로 대체됐다.
 
미래의 내 집 마련이나 저축에 신경쓰기 보다는 해외여행을 한 번 더 가고, 조금 더 비싼 커피, 음식점을 찾아가는 젊은 층의 소비행태를 '욜로'라 규정지었다. 빚을 내 소비하는 행태를 두고 '욜로하다가 골로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당시 욜로는 '돈'이 되는 단어였다. 욜로가 가장 많이 쓰인 분야가 바로 마케팅이다. 기업들은 각종 여행 패키지 상품이나 호텔, 음식에 욜로를 붙이면서 젊은 이들의 소비를 유도했다.
 
요즘엔 정치와 경제, 사회 전분야에서 너도나도 'MZ세대'라는 단어를 갖다 쓰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욜로가 돈이 됐다면 MZ세대는 '표'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는 청년층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고,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30대 청년이 야당 대표가 되는 시대다.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정치인들이 MZ세대들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MZ세대의 취향을 잡겠다며 어떤 대선주자는 '무야홍'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검찰총장을 지낸 다른 주자는 강아지를 안고 있는 패러디물을 제작해 돌리기도 한다. 보좌진을 데리고 우스꽝스러운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정치인도 있다.
 
여야당의 대선 경선이 무르익으면서 후보들간의 진흙탕 싸움이 본격화됐다.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건 이제 MZ세대의 분노다. 야당 국회의원의 30대 아들이 아버지의 이해관계가 얽힌 회사에 입사에서 6년간 일하고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웬만한 대기업 CEO보다 퇴직금이 많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정당한 성과급"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이때다 싶어 역공을 펼치고 있다. 청년들의 분노를 직시하라며 소리친다. 그런데 그 쪽 진영의 인사 역시 '부모찬스'로 자식을 명문대학에 입학시킨 혐의로 재판 중이다.
 
정작 2030세대들은 스스로를 MZ세대라 부르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부여한 명칭일 뿐이다. 실제로 1980년대 초 출생자는 회사의 관리자이고, 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아직 취업준비생인데 한 단어로 묶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2000년대 들어 젊은층을 규정 짓는 이름은 다양하다. 88만원세대(저임금·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 세대)와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 욜로족을 거쳐 MZ세대까지 왔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정치적으로도 주체성이 없다는 인식이 깔린 이름들이다.
 
젊은 세대에 이름표를 붙이고 이해관계에 따라 소비하지 말길 바란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결국 편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한다. 2017년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안 '오바마 케어'를 홍보하면서 "욜로"라고 외쳤다. 국정을 맡아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구태한 세대론을 너머 민생을 해결하는데 역량을 모으길 바란다. 
 
이종용 온라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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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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