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추운 여름’ 증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입력 : 2021-08-25 06:00:00 수정 : 2021-08-25 06:00:00
고재인 증권부장
지금으로부터 1년 전 2020년 8월3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2251에서 13일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곡선을 달리며 2438까지 187포인트 급상승했다. 장중으로는 2458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서머랠리를 기대하는 장밋빛 전망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해 8월 중순부터 밴드 하단이 2270대까지 빠지는 등 롤러코스터 장이 가을까지 계속됐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바이러스 공포감이 재확산되고, 미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 통과가 지지부진 하는 등 악재가 돌출했기 때문이다. 
 
서머랠리가 실종된 올해 8월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3305를 찍고 3200대에서 움직이던 코스피는 이달 들어 3100선마저 버티지 못했다. 코로나 델타 변이 확산과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그널이 강해지면서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경기 피크 아웃 우려와 함께 대폭락장이 올 것이라는 예언까지 난무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주요 기업들의 주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이 같은 예언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서머랠리는 고사하고 패닉에 빠진 상태다.
 
돌이켜보면 8월부터 10월 사이 일어나는 패닉장은 새롭지 않다.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1997년 9월 외환위기 시작, 2001년 9월 9.11테러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 2011년 9월 유럽발 재정위기 등 전 세계 증시와 우리나라 증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사건들은 이 기간에 집중됐다.
 
실제로 1980년부터 2018년까지 월별 미국 증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최저 0.02%에서 최고 1.51%까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유독 8월과 9월은 –0.15%, -0.70%의 손실을 기록했다.
 
격동의 글로벌 시장에 더해 우리나라는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에 휘청였다. 모건스탠리의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이라는 보고서가 나온 이후 기다렸다는 듯 외국인들은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거 팔아치웠다.
 
지난 20일 기준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30조7260억원을 팔았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순매도 규모인 24조7130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5조9240억원과 비슷할 정도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은 동학개미들이 외국인에게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올해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70조4020억원을, 코스닥 시장에서 10조472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시장에 힘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20세기 최고의 트레이더로 꼽히는 제시 리버모어는 시장의 흐름과 경험, 인내심을 중요시했다. “내가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사고방식이 특별했기 때문이 아니라 엉덩이가 무거웠기 때문이다.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침착하게 때를 기다렸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코로나 발발 이후 막대한 유동성으로 버텨온 만큼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예견된 이벤트다. 여러 번의 금융위기 때처럼 기업 실적과 경기 회복이 뒷받침된다면 증시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올 것이다. 또한 우량한 기업의 주가가 이참에 출렁인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음에 둔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현재의 공포와 고민을 작은 변곡점으로 추억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온다.
 
고재인 증권부장 jik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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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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