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1등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
입력 : 2021-08-23 06:00:00 수정 : 2021-08-23 06:00:00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상관 없다. 없던 시장을 만들고, 어떻게든 사람들이 그곳에 모이게 해야 한다. 당분간은 적자가 나도 괜찮다. 서비스를 무료로 혹은 싸게 제공해서라도 고객을 유인해야 한다. 운영자금이 모자라면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투자자를 끌어모으면 될 일이다. 가장 힘써야 할 일은 시장의 독점적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 그래서 그 서비스가 없으면 불편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수익은 언제 내냐고? 나중에 서비스 가격을 올리면 된다.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일단 되기만 한다면, 크고 작은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거칠게 읊어본 플랫폼 경제의 비즈니스 전략이다. 사실 큰 줄기를 보면 그렇게 새롭지만은 않다. 어쩌면 산업사회로 접어든 이후 큰 성공을 맛봤던 사업가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했던 성공방정식이 이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Winner takes all(승자 독식)' 전략은 IT플랫폼의 등장을 계기로 이제 세상 모두가 아는 비즈니스 전략이 됐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시장 선점에서 속도가 더욱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이같은 전략이 노골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추진된 까닭이다. 포털도, 오픈마켓도, 배달앱도, 앱마켓도 한결같이 똑같은 공식을 적용 중이고, 사용자들은 매일의 일상에서 이를 생생히 체감하고 있다. 
 
이번주엔 이 중에서도 글로벌 거대 앱마켓, 구글의 사업 전략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한층 뜨거울 전망이다. 이른 바 '구글 갑질 방지법' 혹은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모든 콘텐츠 유료결제에 자사 결제시스템을 적용하고 수수료 30%를 강제 부과하려는 구글의 사업전략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다. 이 같은 전략을 두고 특히 국내에선 거대 사업자의 횡포라며 법안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오기 시작했다. 그간 법안을 두고 정당간, 정부부처간 의견이 갈리면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1등 플랫폼의 갑작스런 유료화 전략에 반발한 개발사와 창작자들의 목소리에 차츰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일단 국내 창작 생태계를 보호하고 소비자 부담 전가를 막는다는 차원에선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다만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마냥 좋아하긴 이르다는 생각이다. 앱마켓 또한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고, 자선 사업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글의 유료화 정책 자체를 언제까지고 반대하기는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고 이윤을 남기는 것이 기업의 생리이자 본질이다. 
 
사실 이번 구글 인앱결제 강제 같은 독점적 사업자의 돌연한(사실은 예상 가능한) 가격 정책 변경과 그에 따른 논란이 발생하는 진짜 근본적 원인은 신산업 진흥, 기술 혁신 지원이란 미명하에 한 사업자가 시장의 무소불위 지배자가 되기까지 수수방관했던 각국 정책당국으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기술 발전으로 나날이 달라지는 세상의 모습을 각국 정부가 예상하기도 쫓아가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절대 권한이 너무도 빠르게 쥐어지는 세상이 돼버린 것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산업의 어느 분야가 됐든 생태계를 만든다는 미명 하에 선심을 쓰듯 사업하는 기업이 등장한다면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소비자가 그렇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정부는 그래야 한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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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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