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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밥상 물가' 비상…안 오른 게 없다
2021-08-16 06:00:00 2021-08-16 06:00:00
"수박 1통에 2만6400원"
오랜만에 쉬는 연휴이기도 하고 갑자기 수박 화채를 먹고 싶다는 아들의 부탁으로 아내와 함께 가까운 동네 대형마트를 찾았다. 아직도 금값인 수박을 보고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다른 것만 사서 돌아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수박 한통 소매가격은 13일 기준 2만 4816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0% 올랐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최고 가격은 2만 7000원이다. 이달 초에 온라인 쇼핑에서는 3만원 넘는 수박이 등장하면서 ‘금(金)박’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값도 줄줄이 올랐다. 앞서 오뚜기가 지난 2008년 이후 13년만에 지난 1일 부터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어 업계 1위인 농심, 삼양식품과 팔도가 뒤를 따랐다. 그동안 라면업계는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했다. '서민음식'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국내 주요 라면 업체가 일제히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소비자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8월 들어서는 낙농가의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우유 제품 가격 인상도 예고돼 있다.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 과자뿐 아니라 치즈와 아이스크림, 빵 등 우유를 사용하는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계란, 삽겹살값 마저 오르면서 밥상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연초부터 콜라, 등 각종 음료수 가격을 시작으로 두부, 즉석밥 등 가공식품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또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밥상 물가’ 상승률이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7.3% 상승했다. 이는 OECD 전체 평균(1.6%)의 4.5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38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18.0%)와 호주(10.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국내 2분기 기준으로 비교해도 올해 상승률은 2011년(7.8%)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다.  
 
최근 통계인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도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9.6%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계란이 57.0% 급등해 2017년 7월(64.8%)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로써 계란 가격은 올해 1월(15.2%)부터 7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정부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이런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경우 역대 최악의 추석 물가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추석은 1년 중 소비자물가 체감도가 가장 높아, 이 시기 물가가 높으면 국민이 느끼는 물가 수준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추석 성수품을 조기 공급하고 수입물량도 확대하는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화 '파송송 계란탁' 이후 라면에 계란 1개 풀고 파 썰어 넣는 것이 서민 레시피였지만 이제 그것 조차도 언감생심이다.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 1통 가격은 한달 과일값과 맞먹고 1/4만 사먹어도 부담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밥상 물가는 계속 오르고 월급은 그대로다.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에 지갑 열기가 이제 두렵다. 열리려던 지갑마저 다시 닫힐 판국이다.  추석이 한달 앞으로 다가 왔다. 최대한 정부가 약속한대로 비축물량을 풀어 급한 불을 끄고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하루빨리 식탁물가를 잡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박상효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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