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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패자의 품격'에 보내는 박수
2021-08-10 06:00:00 2021-08-20 21:42:46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순위 16위를 기록했다. 누군가는 45년 만에 가장 부진한 성적표라고 한다. 메달을 기대했던 종목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의 경우 꾸준히 한국에 금메달을 선물했지만 도쿄에서는 한 개의 메달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 최악의 성적이라는 오명에 주눅들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메달을 따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고 선수들을 축하했지만, 우리나라가 종합 메달순위 몇 등이라는 것보다는 개별 경기 자체에 더 몰입하고 그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얼마나 멋진 경기를 펼치는지에 더 집중했다.
 
아깝게 메달을 놓친 4위들의 활약에 환호한 것이 대표적이다. 위기의 순간에 목이 터져라 서로를 격려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뭉클함을 느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이끈 여자배구 대표팀, 남자 다이빙의 우하람, 역도 한명목, 사격 남태윤 모두 이번 대회 4위에 올랐다. 이들은 비록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그들에게 국민의 찬사가 쏟아졌다.
 
유도 남자 100㎏급의 조구함은 9분여의 혈투 끝에 금메달을 놓치고도 이긴 일본 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축하했다. 전통적 효자종목이었던 태권도, 레슬링, 유도 등의 메달 부진이 아쉽긴 했지만 선수들을 탓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국민은 이들의 노력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그동안의 고통을 인내하며 흘려온 눈물을 얼마만큼인지 알기 때문에 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태권자 세계 랭킹 1위로 마지막 은퇴 경기를 치른 이대훈의 입에서 나온 명언을 최고로 꼽는다. “저의 올림픽을 끝마치면서 이기면 기쁨보다는 상대 슬픔을 더 달래주고, 또 진다면 제 슬픔보다도 상대의 기쁨을 더 높게 해 주기로 저 스스로 약속했거든요. 저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여기 최선을 다 안 한 선수가 어디있겠습니까”
 
결국 이대훈 선수는 태권도 남자 68㎏ 동메달 결정전에서 끝내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승자인 중국 선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들이 드높인 ‘패자의 품격’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대다수의 국민 역시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내고 있을 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사는 이들은 극히 일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가르쳐준 올림피언들에 찬사를 보낸다.
 
이종용 온라인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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