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후대엔 지금의 언론을 무어라 배울까
입력 : 2021-07-12 06:00:00 수정 : 2021-07-12 08:55:44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1학년 매스커뮤니케이션 개론 수업이었을 것이다. 30년도 더 지난 일이라 거의 다 잊었지만 딱 하나 매스미디어의 강력한 효과를 설명한 이론 중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매스미디어의 초기 단계, 1900년대 초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TV는 없고 라디오와 신문이 주류이던 시절의 매스미디어 효과는 탄환이론, 피하주사이론으로 칭했다. 미디어가 전하는 메시지가 언론 수용자의 몸에 약물을 주사한 것처럼, 총알처럼, 즉각적이고 획일적인 효과를 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이때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히틀러와 괴벨스다. 
 
이 이론은 다른 이론으로 대체됐다. 수용자 개인에 따라 미디의 효과가 다르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미디어의 영향력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메시지의 강도를 대폭 높였다. 이를 테면 뉴스에서 자동차가 사람을 치기 직전의 순간까지 보여주는 식이다. 이슈가 된 인물의 집과 직장까지 쫓아가 그가 기자를 뿌리치고 도망가는 모습을 (일부러 그러겠지만)여과 없이 보여준다.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신뢰도는 뚝 떨어졌다. 학교에서 배울 땐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효과도 센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이것도 ‘K’자 양극화인가 보다. 효과와 신뢰도가 갈린다. 오죽하면 ‘팩트체크’가 새로운 뉴스 포맷이 됐을까? 기자와 언론이 사실과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보니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 또 하나의 뉴스거리가 된 것이다. 이젠 틀린 기사만 추려서 팩트를 바로잡는 전문매체가 나와도 될 만큼 조작과 왜곡이 판을 친다. 
 
어디 그뿐인가. 메시지를 포장하는 방식은 매우 노골적이 됐다. ‘객관적 언론’이라는 어불성설의 이상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공정과 공평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형식적으로라도 객관성을 지향한다는 대의는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무너진 지 오래. 급기야 ‘ㅋㅋㅋ’ 제목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정치적 중립 철저히 지키라고 지시했대…文대통령이ㅋㅋㅋ” 이게 기사 제목이다. 기사에 달린 댓글이 아니며 실수도 아니다. 
 
모든 언론사의 기사는 각 부서의 데스크를 거치지 않고서는 출고될 수 없다. 데스크들은 사시에 충실하기에 기사제목은 곧 해당 언론사의 공식 입장과도 같다. 
 
물론 이 글처럼 만평, 칼럼, 시론 등과 같은 개인적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불행하게도 문제의 기사는 멀쩡한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기자는 비판하고 때로 비난한다. 하지만 조롱은 언론의 몫이 아니다. 
 
깨끗한 물에 똥 한덩어리가 빠지면 그 물은 똥물이다. 그래서 나는 내게 씌워진 ‘기레기’란 멸칭을 부정하지 못한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글에까지 동업자 의식을 갖추지는 못하겠다. 
언론에 대한 신뢰는 누가 바닥으로 끌어내렸는가? 기사는 기록되어 남는다. 이게 무섭다. 수십년이 지나 언론을 배울 후대의 학생들은 우리가 쓴 기사를, 시대를 무어라 배우게 될까?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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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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