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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서형, ‘여고괴담6’ 출연할 수 밖에 없던 이유
“‘스카이캐슬’ 이후 뭔가 다 끌어내지 못한 아쉬움, 이번에 다 털어내”
“‘여고괴담’ 꼭 남아서 존재해야 할 의미, 10편까지 꼭 이어지길 원해”
2021-06-28 12:03:37 2021-06-28 12:03:3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3년 역사에 최초다. 하지만 그것보단 왜 이렇게 쎄고 강한 역할만 도 맡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쎈 캐릭터 전문 배우들은 실제론 정 반대 성격을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정말 그랬다. 김서형도 마찬가지다. 다분히 여성적이고 조용하다고 할 순 없다. 아직도 팬들의 기억에 오르내리는 김서형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 몇 가지는 레전드 여배우이미지로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말이다. 주목되고 기억된 점은 김서형은 자신의 쎈 이미지를 노력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그랬고, 충분히 납득이 됐다. ‘노력이란 단어 하나만 놓고 본다면 그와 대적할 만한 배우가 얼마나 될지 사실 궁금할 정도다. 지금은 고인이 된 여고괴담시리즈 기획자이자 충무로 제작자 전설로 통하는 고 이춘연 대표가 여고괴담’ 23년 역사에서 최초로 한 배우에게 두 번 출연을 요청한 것도 그가 유일했다. 4편에서 음악선생님으로 출연했던 김서형은 이번 6편에서 주인공 은희로 다시 출연했다. 바람이 있다면 여고괴담 10편까지 제작되는 거라고.
 
배우 김서형. 사진/KTH
 
사실 김서형은 여고괴담6’ 출연에 거절을 해도 됐을 듯싶었다. 그가 여고괴담6’과 만나면 안된 단 게 아니다. 당시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막 끝낸 뒤 재충전 단계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기도 했다. ‘스카이캐슬을 통해 신드롬을 일으킨 주인공이었고 스스로도 모든 걸 쏟아내고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기에 채워야 할 분명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분명했다.
 
말씀해 주신 게 다 맞아요. 그런데 반대로 스카이캐슬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던 것 같아요. 그 작품이 이유가 됐다기 보단 연기를 통해 다 끌어 내지 못한 뭔가의 아쉬움이 스스로 있었나 봐요. 고 이춘연 대표가 전해 준 시나리오를 받아서 본 뒤 쉼 없이 은희가 끌고 가야 하는 점에서 힘들겠단 생각이 든 것보단 남은 뭔가를 더 끌어내 쏟을 수 있겠다 싶었죠. 다 쏟아내고 비워보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4편에 임팩트 강한 배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그는 6편에 다시 출연하면서 1998 1편 개봉 이후 23년째 이어져 오는 충무로 대표프랜차이즈 영화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쓴 배우가 됐다. 수많은 여배우가 여고괴담과 함께 해 왔다. 하지만 두 번의 인연은 없었다. 그 두 번을 김서형이 처음 쓴 셈이다. 이 시리즈의 첫 기획자이자 이 시리즈를 탄생시킨 고 이춘연 대표가 직접 그에게 출연을 요청했단다.
 
배우 김서형. 사진/KTH
 
대표님이 한 번 봐라하면서 주셨어요.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갑작스럽게 대표님이 떠나시게 됐고. 아직도 대표님 부재는 믿기지 않아요. 일단 23년이나 된 여고괴담에 유일하게 두 번 출연하게 된 여배우? 그런 타이틀은 제겐 별 중요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 오래된 시리즈라면 일단 어찌됐든 남아서 존재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출연하게 된 6편이 그 원동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전 그걸로 만족하잔 생각이었죠.”
 
물론 그래서 천하의 김서형도 여고괴담6’은희를 쉽게 생각하고 접근할 수 있다 판단한 건 아니었다. 워낙 감정선이 복잡하고 끌고 가야 할 스토리와 분량이 많았다. 무엇보다 기억상실과 트라우마 등 복합적인 요소까지 겹쳐 있었다. 사실상 한 인물이라기 보단 몇 개의 인물이 겹쳐져 있는 상황처럼 다가올 정도였다. 그는 우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씀해 주신대로 고려하고 가야 할 지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어요. 근데 전 그것보다 제일 헷갈렸던 게 따로 있었죠. 은희의 과거 친구인 송재연인데. 진짜 존재했던 친구인지 기억의 망상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은희가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반대로 정말 그랬을까 싶은 지점도 많아요. 영화에는 제가 느낀 그런 감정들이 좀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으니 일부 관객 분들에겐 불친절하게 다가설 수도 있겠단 느낌이 솔직히 들기도 해요.”
 
배우 김서형. 사진/KTH
 
워낙 복잡다단한 인물로 그려진 은희를 연기하는 데 에너지 소모가 보통이 아니었을 듯싶었다. 하지만 김서형은 이미 충무로와 안방극장에서 쎈 캐릭터 전문 배우답게 감정적 소모에 대한 힘듦보단 육체적인 충돌이 더 힘들었다고 웃는다. 영화 속 배우 장원형과 함께 했던 액션 장면에선 뇌진탕 증세까지 와서 순간 스태프들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은희 내면이 복잡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제가 생각한 기억 상실이 아닐까싶은 나만의 설정을 따라가니 의외로 쉽게 풀리더라고요. 문제는 육체적인 건데, 아스팔트에서 넘어지는 장면 찍을 때도 너무 힘들었어요. 그 충격이 상당하더라고요. 특히 장원형 배우와 극중에서 벌이는 몸싸움 장면에선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서 순간 뇌진탕이 왔었어요. 다들 많이 놀랐죠. 지금은 괜찮아요.”
 
여고괴담6’은 충무로 대표 공포 영화로 불린다. 하지만 이번 6편은 여고괴담역사에서 분명히 다른 지점으로 기억될 요소가 많다. 김서형은 주연이란 무게감 그리고 출연 배우 중 가장 선배로서의 무게감 여기에 자신을 가장 아껴주던 제작자의 갑작스런 부고 소식까지 겹치면서 심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또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
 
배우 김서형. 사진/KTH
 
여러 가지로 정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공포 영화라고 하지만 은희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될 수도 있고 네가 될 수도 있고 또 우리가 될 수도 있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심리 스릴러란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 나름대로 몸의 털끝까지 털어낸 작품이에요. ‘여고괴담6’은희를 만나서 김서형이 조금 더, 예전보다 분명히 아주 조금 더 성장한 것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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