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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부실 사모펀드 원금 전액보상 결정에 불편한 금투사
기관·법인 포함한 전액보상, 판매사 보상압박 더심해진다
사모펀드 판매 누가하나, 증권업계 각자도생길로
2021-06-18 06:00:00 2021-06-18 0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에 대해 고객 투자금 100% 전액을 보상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업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른 환매펀드에 대한 전액보상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전문투자자인 기관과 법인까지 보상 범위에 포함시키면서 은행과 증권사도 눈치를 보게 된 상황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투자증권이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 10종에 대해 7월까지 투자금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업계도 보상안을 놓고 고심이 깊어졌다. 한국투자의 전액보상이 결정된 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Gen2, 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10개다. 해당 펀드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분쟁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책임소재 없이 전문투자자까지 100% 보상안, 타증권사 ‘난감’
한국투자증권의 보상 관련 논란 중 하나는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전문투자자인 기관과 법인도 구분 없이 모든 투자자에게 100% 보상한다는 내용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분쟁조정위(이하 분조위)의 경우 법인과 개인을 구분하고, 투자자별로 적합성 원칙 위반여부와 투자경험 등에 따라 손해배상 차등 적용한 것과는 다르다.
 
여의도증권가. 사진/뉴시스
한국투자증권이 100% 배상안을 결정한 디스커버리 펀드의 경우 분조위에서 기업은행에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50%(글로벌채권펀드), 45%(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의 배상비율을 적용한 바 있다. 이 외에 나머지 판매사인 은행 2곳과 증권사 9곳에 대해서는 검사 진행 중이고, 기업은행 배상기준을 참고해 순차적으로 분쟁조정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번 100% 보상지급에 따라 선제적으로 투자원금의 40% 지급을 결정한 IBK투자증권도 난처하게 됐다. 또한, 나머지 증권사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환매 중단 금액은 유안타증권(159억원), 하나금융투자(121억원), NH투자증권(71억원), 하이투자증권(65억원), 신영증권(50억원) 등 총 647억원 수준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해당 펀드에 대한 보상 결정에 대해 “업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옵티머스 펀드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NH투자증권은 이번 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해서는 보상안을 확정하진 않았다. NH투자증권은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가 기관과 법인에 해당되는 만큼 한국투자증권과 동일한 배상안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장하성 주중 대사의 동생인 장하원 대표가 설립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다. 일부 펀드가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의 법정관리 등으로 환매 연기되면서 대규모 투자피해로 이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디스커버리 펀드는 앞선 라임과 옵티머스와 달리 사기 행각으로 발생된 사태와는 다른 경우”라면서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100% 보상안을 다른 증권사가 동일하게 적용할 필우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결정에 따라 남아있는 분쟁조정에 관한 판매사의 보상 압박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분쟁조정이 발생한 펀드는 라임과 헤리티지,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헬스케어 5개로 압축된다. 관련 5대 펀드의 설정원본은 2조8845억원규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사모펀드에 손실이 나거나 불완전 판매가 아닌 경우에도 투자자의 보상요구가 잇달아 나올 수 있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이 장기적인 영업력 강화를 위한 독단의 행동이 업계 전반으로 보면 마이너스인 상황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으로 사모펀드 판매 누가하나, 증권업계 각자도생길 
증권업계는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보상안을 놓고 “비정상적인 선례를 남겼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투자증권의 보상여부 판단 기준은 단순 불완전판매뿐 아니라 △설명서 상 운용전략과 자산의 불일치 △운용자산 실재성 부재와 위험도 상이 △보증 실재성 및 신용도 불일치 △설명서 상 누락 위험 발생 △거래 상대방의 위법 및 신의원칙 위반행위 등 최근 사모펀드 사태의 주요 발생까지 모두 포함시켰다.
 
앞으로 사모펀드 판매 길도 완전히 막힐 것으로 보인다. 판매사가 모두 부담하는 분위기에서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펀드를 반겨줄 증권사와 은행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펀드를 잘못 운용하고 사기를 친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가 금액을 전액 보상하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누가 사모퍼드를 판매하겠냐”고 토로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요즘 분위기는 사모펀드의 ‘사’만 꺼내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사모펀드 시장은 완전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증권업계는 각자도생을 위한 소비자 신뢰회복에 집중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도 보상여부 발표와 함께 재발 방지를 통한 불완전 판매 종식을 위해 상품 공급, 판매 관련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도 파격적인 ‘고객동맹 실천선언식’을 발표하면서 업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모펀드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공모펀드 자체의 기준을 엄격하게 높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장기성과우수퍼드와 장기성장, 혁신펀드로 분류하고 1차 정량평가 우수평가를 대상으로 2차 정성평가의 과정을 거쳐 최종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정성평가는 운용사의 안정성과 운용프로세스, 리스크관리 등 종합적 평가를 진행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공모펀드의 선정기준을 높인다는 것은 사모펀드 기준은 이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것을 말한다”며 “다만 이번 고객동맹 실천선언식은 현재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와 달리 투자전문그룹으로 책임감을 갖고 실천해나가기 위한 일환”이라고 말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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