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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코인 대란과 투자자 보호
2021-06-17 06:00:00 2021-06-17 06:00:00
요즘 암호화폐 업계의 시간은 온통 9월24일에 맞춰져 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는 이날까지 금융당국에 신고를 해야 향후 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한이 불과 3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신고를 접수해야 하는 곳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다. 접수에 나서기 위해선 우선 기본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바로 실명계좌 발급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이다. 은행권의 실명계좌 발급의 경우,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 우려와 금융당국의 눈치 보기 등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소형 거래소들은 어려운 실명계좌 발급은 일단 차치하고, 먼저 사업 영위를 위해 ISMS 인증부터 받으려 바삐 움직이는 중이다.
 
그런데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신청 접수 단계에서부터 담당기관인 인터넷진흥원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재접수를 요구하곤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 심사에 이르기 전 ISMS 인증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업체들을 미리 거르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피어나는 중이다.  
 
문제는 이미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엄연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로는 4곳 정도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밖에도 수백개의 거래소가 있고, 또 그곳에서 암호화폐에 투자한 투자자들 역시 존재한다. 모든 거래소가 문을 기왕에 열었으니 반드시 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커야 할 기업이 있듯, 도태돼야 할 기업도 분명히 있다.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불필요한 싹이 있다면 애초에 잘라내야 업종 자체가 건강하게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업이 태동한지 아직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 시점에, 규제의 명확한 법적 근거도 온전히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업체 솎아내기에만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비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지금의 환경을 제대로 정비하기 위해서라도 문제가 있는 거래소를 정확하게 짚어낼 기준을 제시하고 질서있는 퇴장을 유도해야 하는 게 당국의 역할이다.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급하게 내린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당국, 또 그런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거래소들의 모습이 합쳐진 결과 돌아오는 것은 결국 거래소의 코인 졸속 정리와 마지막 칼춤을 추며 급등락을 거듭하는 코인가격 같은 허무한 상황뿐이다.
 
무엇보다 블록체인은 신산업으로 대우하면서도 암호화폐 거래는 여전히 색안경을 낀 채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합리적인 규제 또한 가능할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액이 이미 증시 거래액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커졌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산업계의 말은 아직도 여전히 허공에 맴돌고 있다. 정부가 거래소를 솎아내려 기울이는 노력 만큼만 거래소 양성화에 힘을 쏟는다면 9월24일은 지금처럼 업계에 두려운 날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올 가을 코인 대란이 휘몰아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복안은 있어야 한다. 투자자 보호와 업권 규제가 사실은 그리 멀리 서로 동떨어져 있는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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