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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패권경쟁 부른 '디지털화폐'…대체 뭐길래
비트코인 대항마로 디지털화폐 조기 등장…실상은 미중 간 기축통화 지위 경쟁
2021-05-26 06:00:00 2021-05-26 0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암호화폐 투기장을 경고하면서 잇따라 '디지털 화폐'를 공론화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독점해온 화폐 발권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과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화폐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금융 패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은행 부여한 공신력 강점…모바일 간편결제 방식과 유사
 
암호화폐와 디지털화폐는 무엇이 다를까. 디지털화폐는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지만, 중앙은행이 관리한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이 때문에 간편결제와 같은 편의성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의 단점으로 꼽히는 안정성과 공신력이 담보된다.
 
디지털화폐는 말 그대로 실생활에 쓰이는 화폐(현금)를 디지털에 옮겨놓은 것이다. 실물 화폐를 주고받는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 앱에 깔린 ‘전자지갑’에 현금을 충전하고 실물 지갑에 화폐가 들어 있는 것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판매자가 일정 금액을 입력해 판매자의 QR코드나 바코드를 찍거나, 구매자가 판매자의 QR코드나 바코드로 결제할 수 있다. 결제 방법은 카카오페이나 알리페이 등 기존 간편 결제와 같은 방식이다.
 
디지털 화폐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국가도 있다. 섬나라 바하마가 대표적이다. 바하마는 지난해 10월 30여개 섬에 흩어져 거주하는 39만명의 국민을 금융 시스템에 포용하기 위해 세계 최초 디지털화폐인 '샌드달러'를 발행했다. 직전 해 9월 바하마에 허리케인이 강타하면서 전국의 은행과 건물 등이 심각하게 파괴됐고 이후 디지털 화폐 도입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민들을 위해서다.
 
다만 중앙은행이 민간부문의 자금흐름과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요인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디지털 화폐는 현금보다 거래추적이 용이하기 때문에 불법 자금 문제 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사용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양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대체할 만한 매력이 없는 데다 디지털 화폐의 특성상 거래 흔적이 중앙은행에 남기 때문에 국민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다.
 
 
바하마에서 소비자가 큐알 코드를 이용해 물건 값을 지불하고 있다. 사진/바하마 샌드 달러 유튜브 채널
 
중국 뛰자 미국도 꿈틀…'디지털 화폐' 경쟁 본격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국가들은 디지털 화폐 카드를 공론화하고 있다. 신(新)화폐 경쟁을 촉발한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이미 베이징, 선전, 쑤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50만명이 넘는 시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실생활에 이용하는 실험을 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달 60개가 넘는 나라가 디지털 화폐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중국을 디지털 화폐 시장 경쟁에서 앞서 있는 국가 3위에 올려놓았다. 1위와 2위는 바하마와 캄보디아였다. 바하마의 경우 이미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경쟁국가인 중국이 치고 나가면서 미국도 여유롭지 못하다. 그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 개발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파월 의장은 "CBDC 국제 표준 개발에서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디지털 통화가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미국인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 역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4년 안에 디지털 유로를 발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웨덴 중앙은행도 지난달 첫 디지털 화폐 보고서를 내놓으며 5년 안에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우리나라 한국은행 역시 오는 8월부터 디지털화폐 모의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각국의 디지털화폐 개발은 표면상 암호화폐에 대항하는 것이지만 속내는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디지털화폐를 국제거래에도 활용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부터 위안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미국이 최근 디지털화폐에 대한 기류를 변경한 것을 두고 중국을 의식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비트코인 등 민간에서 만들어진 화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앙은행이 영향력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화폐 발행 맞불을 놓음으로써 권한을 다시 중앙은행으로 집중시키고자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디지털화폐는 실생활에 쓰이는 화폐를 디지털에 옮겨놓은 것으로 실물 화폐를 주고받는 대신 핸드폰 앱을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위안화를 검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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