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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서복’, 삶과 죽음 그리고 두려움과 구원의 충돌
‘복제인간’ ‘영생’ 그리고 160억대 제작비, SF 외피 쓴 ‘상징성’
주제 강조 위한 메인 스토리 vs. 사이드 스토리 ‘극단적 대비’
2021-04-14 06:00:00 2021-04-14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두려움을 얘기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구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영화 서복은 개봉 전부터 여러 흥해 요소가 많았다. 공유 박보검 투톱이다. 공유는 한국영화 시장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는 흥행 보증 수표다. 그리고 박보검이다. 지금은 군복무 중이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와 영화 관계자들 모두가 캐스팅 0순위로 꼽는 최고 특급 스타다. 여기에 연출자가 이용주 감독이다. 10년 전 건축학개론으로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서 멜로가 히트 상품이 될 수 있단 점을 증명해 낸 장본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서복이 주목된 점은 복제인간’ ‘영생그리고 160억대 제작비. 이 세 가지로 압축된다. 여기에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SF장르란 홍보 문구가 덧입혀졌다. ‘서복은 관심이 집중된 화제작이 아니다. 무조건 봐야 할 필수 관람 영화가 됐다. ‘코로나19’로 극장가 위기 상황에서 극장-OTT동시 개봉이란 사상 초유의 공개 방식까지 택했다. ‘서복은 여러 모로 주목을 받고 있고, 또 그 만큼 부담감도 클 수 밖에 없다.
 
 
 
먼저 두려움이다. 두 사람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있다. 국정원 전직 요원 기헌(공유)은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는 고통스럽다. 물리적 통증보단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 죽음이다. 그는 죽음이 두렵다. 과거 그 죽음을 대면한 적이 있다. 그 죽음 앞에서 그는 사랑하는 동료를 보냈다. 두려웠다. 두려워지니 비겁해졌다. 그는 죽음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게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힌다. 괴롭고 고통스럽다. 아픔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두려움은 그렇지 못하다. 사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비겁했던 과거가 더 비참하다. 비참함 때문에 아프고, 아프기 때문에 고통스럽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두렵다.
 
영화 '서복' 스틸. 사진/CJ ENM복, 티빙
 
또 다른 남자가 있다. 생물학적으론 남자다. 하지만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는 생물학적 생식 과정을 통해 만들어 진 인간이 아니다. 실험실에서 태어난 과학의 산물이다.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 이름은 있다. 2500년 전 중국 대륙을 통일한 시황제는 영생을 원했다. 시황제 명을 받은 한 남자는 어린 남녀 수천 명을 거느리고 영생을 위한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쪽으로 향했다. 당시 시황제 명을 받고 동쪽으로 향한 남자는 서복’. 영원히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과거의 남자는 21세기 과학을 통해 죽지 않는 존재로 실험실에서 다시 태어났다. ‘서복은 의학적으로 죽지 않는 존재다. 병리적으로 어떤 질병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서복은 그게 두려웠다. 죽을 수 없는 자신의 운명, 그게 두렵다. 죽을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그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무엇도 될 수 없는 서복은 영원히 사는 영속의 굴레 속에서 무의미한 존재일 뿐이다. ‘서복은 스스로가 그걸 알고 있었다.
 
영화 '서복' 스틸. 사진/CJ ENM복, 티빙
 
기헌은 국정원 상관이던 안부장(조우진)으로부터 서복이송 명령을 받는다. 안부장은 기헌의 시한부 삶을 알고 있다. 유전자 조작과 줄기세포 복제를 통해 만들어 진 서복이송 작전 이후 기헌은 삶을 보장 받게 된다. ‘서복의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뇌종양 완치 수술을 보장 받은 것이다. 이제 기헌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헌은 거절할 이유가 없다.
 
영화 '서복' 스틸. 사진/CJ ENM복, 티빙
 
하지만 이송 작전 과정에서 정체 불명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는 기헌이다. 국정원 요원들이 모두 죽는다. ‘서복을 노린 것이다. 공격에서 간신히 벗어난 기헌과 서복이다. 두 사람은 그 순간부터 서로의 두려움을 공유한다. 시간은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가장 큰 힘이다.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기헌과 서복은 함께 공유했던 두려움의 이유를 찾으려 노력한다. 죽지 않기 위해 서복을 지켜야 했던 기헌, 죽지 않는 존재이면서 죽음을 갈망하는 서복의 진심. 기헌은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안고 길 위에서 서복과 교감한다. ‘서복은 기헌이 품은 두려움과 질문에 대한 답을 안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길 위에서 보게 된다. 기헌이 안고 있는 질문과 서복이 안고 있는 답은 결과적으로 안과 밖이고, 겉과 속이다. 두 사람은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으며 같은 답을 안고 있었다. 기헌은 과거의 비겁했던 자신을 통해 지금의 두려움이 이어졌음을 서복을 통해 알게 되고 그것을 터트려 버린다. ‘서복은 수 없이 던지고 또 던지는 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존재에 대한 믿음을 확인해 나간다. 끊임없이 던지고 던진 란 질문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무엇이고 또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성찰해 나간다.
 
결과적으로 영화 서복은 구원을 얘기한다. 근원적인 고통과 두려움 속에 빠진 두 남자, 그리고 삶과 죽음이란 양극단의 상징성을 담은 두 남자를 통해 진정으로 영원해 질 수 있는 방식을 얘기한다. 이용주 감독이 무려 10년 동안 준비를 한 서복은 결과적으로 그 얘기를 한다.
 
영화 '서복' 스틸. 사진/CJ ENM복, 티빙
 
때문에 이 영화가 다소 어렵고 불친절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느낄 수 있다. 로드 무비 형식을 취하면서 스릴러적이고 서스펜스가 강한 면이 두드러진다. 강렬한 카체이싱과 육체와 육체가 부딪치는 파열음이 높다. 무엇보다 죽지 않는 존재가 담은 신비함이 극대화 되는 모든 이미지가 신비롭고 창의적이다. 그에 비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구분하는 권력의 상징적 인물들은 모두가 저급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들의 저급함은 가장 순수한 욕망이고, 가장 현실적인 욕구다.
그 순수함과 현실적이 극단적으로 노골적이기에 오히려 저급함으로 비춰질 뿐이다. ‘서복의 중심이 되는 메인과 그 주변을 아우르는 사이드가 이처럼 극단적으로 대비되니 스토리 자체의 균형 추가 조율되지 못한 것 같은 기울어짐이 도드라진다.
 
영화 '서복' 스틸. 사진/CJ ENM복, 티빙
 
무엇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무게 추를 더욱 더 도드라지게 만드는 건 메인 스토리의 극단적 명암 비율이다. 이용주 감독은 삶과 죽음 그리고 두려움과 구원이란 철학적 주제를 투영시킨 스토리를 끌고 가면서 이 영화가 빠질 법한 함정을 탁월한 감각으로 피해 나간다. 하지만 그 점이 서복을 어렵고 무겁게 만든 진짜일지 모를 일이다. 관객들의 서복과 이용주의 서복은 그래서 간극이 너무도 멀게만 느껴질 듯하다. 오는 15일 극장과 티빙동시 공개.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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