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내걸고 등장한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올 들어 발행어음을 1조원 가까이 늘렸지만 출범 당시 기대했던 목표치(2020년 32조원)에는 절반에 미치는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시장에 합류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게 될 지 주목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잔액은 총 16조45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3월(14조6564억원) 대비 12.3% 증가한 규모다. 올 들어 발행어음 잔액은 8813억원 늘어났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기업대출·채권,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어 증권사들의 영업자금 조달을 원활히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현재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다. 사실상 은행의 여·수신 기능을 하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이 3월말 현재 8조360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규모는 전년 동기(7조4000억원) 대비 12.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3.82% 내린 3조9880억원으로 조사됐으며 KB증권은 31.94% 오른 4조1033억원으로 나왔다.
특히 지난 2019년 3번째 인가를 받았던 KB증권은 올해 발행어음 잔액을 5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통상 초대형IB가 발행어음을 늘린 이유는 유동성 확보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발 팬데믹 우려로 증시가 급변동하면서 ELS마진콜(추가 증거금 요청) 등으로 유동성 부족을 경험하면서 증권사들은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왔다.
증권사별 특판 경쟁으로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대폭 늘었다. 지난 3월말 기준 3개 증권사의 발행어음형CMA잔액은 7조4669억원으로 1년새 37%(2조286억원)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 합류할 경우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 발행어음업(단기금융업) 인가 절차를 위한 사업 현장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중 증선위와 금융위는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모험자본공급을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부동산 신용공여를 제한하고 있는 만큼 발행어음업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수익다변화를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지만,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의 최소 50%는 기업금융 관련 자산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미래에셋증권이 합류해 고금리 특판 경쟁이 불거질 경우 오히려 역마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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