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기자의'눈')미국도 구글갑질 막는데 한국은 왜 이러나
2021-03-12 06:00:00 2021-03-12 06:00:00
이선율 중기IT부 기자
“처음에 강경 반대하더니, 이번엔 인하하자며 법안 추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두고 과방위 여당 의원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법안 처리 문제가 야당의 반대로 공회전하고 있다는 탄식이다. 정치권 내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미 통과 반대로 결론을 내린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추진은 지난해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인앱결제 수수료 30% 부과정책을 모든 콘텐츠에 확대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당초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며 추진하다가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현재 법안 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기존 11일 예정됐던 제 2법안소위 일정도 결국 취소됐다. 야당은 인앱결제 법안이 한미간 통상 마찰을 야기할 우려가 높다는 구글코리아 측 의견에 공감하며 법안 추진을 미루자는 입장이다. 다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구글이 수수료 15%를 인하해야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30%에서 반값으로 줄어든 수준의 수수료만 받도록 해야한다는 야당의 입장은 구글을 압박하는 것일까? 그랬다면 법안 처리가 이렇게까지 지지부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은 반절의 수수료를 책정한 이유로 “국내 앱 생태계의 상생과 발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 요구만으로는 구글의 독주를 막기 어렵다.
 
수수료 인하는 일단 법적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그동안 구글이 독점적 지위에 따른 이득을 톡톡히 누려온 점을 고려하면, 잠깐 요식행위로 수수료를 내렸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올릴 우려도 있다. 게다가 구글이 대안으로 내놓은 수수료 인하의 적용 대상은 중소업체에 한정된다. 이 때문에 야당의 주장은 관련 업체들과 소비자들의 피해 우려를 더는 데 한계가 있다. 과방위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구글이 현재 수수료율을 100% 공개하지 않고 있는 데다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임사에게 자사 앱마켓에만 독점 출시하도록 강요한 전례도 있는 만큼 (야당의) 인하 카드가 추진돼 꾸준히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구글 갑질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현재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미 애리조나 주 하원을 통과한 상태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매사추세츠·미네소타·위스콘신 주 또한 유사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외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등에서도 앱배포를 독점하고 인앱결제 때 30% 수수료를 의무부과하는 것은 경쟁 방해에 해당한다며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외국에서도 구글의 갑질을 막아야한다며 금지 법안 마련을 추진하는 있는 상황에서 한미간 통상 마찰 우려를 거론하는 야당의 논리는 현재의 상황에 비춰볼 때 근거가 빈약하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핵심 취지는 앱을 만드는 기업들과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 결론적으로 건강한 앱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구글의 수수료 부과정책은 이제 시행일을 6개월 정도 남겨두고 있다. 국회가 업계내 이해관계를 따지고 정치적 셈법에 몰두하는 동안, 앱 생태계 내 수많은 국내 사업자들의 불확실성은 점점 커져 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선율 중기IT부 기자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