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주식 소수점 거래, 느리지만 한 걸음씩
입력 : 2021-03-05 04:00:00 수정 : 2021-03-05 04:00:00
우연수 증권부 기자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자산을 배분하는 이상적인 투자 전략으로 거론되는 말이다. 다만 달걀을 나눠 담는 전략은 소액 투자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은 자산으로 수익률을 극대화 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규모를 갖춰야 한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주식투자 열풍으로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됐지만, 개인의 투자 성향은 고위험에 편중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액 투자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다보니 포트폴리오 투자보다는 레버리지 투자를 감행하기 때문이다. 주식 가격이 싸지만 변동성이 큰 소형주 투자 비중도 높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기업 우량주를 소액·분산투자할 수 있도록 '소수점 매매'를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수점 매매가 가능해지면 1주, 2주, 10주씩 주문하는 게 아니라 보유 금액에 맞춰 1만원 또는 3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 100만원만으로도 시가총액 상위 10~20개 종목에 분산 투자가 가능해진다.
 
현재로선 100만원으로 LG화학(86만원대) 1주를 겨우 살 수 있다. 상장사 입장에서도 소수점 투자 활성화는 얻는게 많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액면분할 해 유통주식수를 높이고 가격을 낮춘 기업들은 주식 거래량 늘면서 주가가 오르는 효과를 봤다.
 
소수점 주식 거래를 도입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상법상 1주의 주식은 둘 이상으로 나눠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또한 이익배당청구권이나 의결권만을 분리해 양도할 수 없다. 미국 등 해외 처럼 주식의결권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금융사들이 주문방식부터 예탁, 자산관리 등 시스템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 
 
해외주식 거래만 해도 소수점 단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하는 증권사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지난 2019년 24조원 규모에서 1년새 5배 가량 급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 2곳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주식에 대한 소수점 단위 매매 도입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시장의 수요를 무시해선 안될 일이다. 의지가 있는 금융사를 중심으로 시범 서비스를 구상해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해 법령상 특례를 부여하고 있다. '혁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개인투자자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진정한 혁신적 서비스에 제도적 노력을 기울어야 할 때다.
 
증권부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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