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부동산 중개업소의 추억
입력 : 2021-02-25 06:00:00 수정 : 2021-02-25 08:43:45
나이 마흔 넘어 독립을 한 뒤 몇 차례 이사를 다니느라 또 뒤늦게 눈을 뜬 부동산 투자를 위해, 지난 10년간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예닐곱 번 거래를 했다. 
 
그 첫 번째는 독립생활을 시작한 오피스텔이었다. 임대사업자에게 세를 들어 2년을 살았는데 전세만기가 다가오는 데도 집을 빼달란 요구에 답이 없었다. 중개업소에 물어볼 때마다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결국 전세만기가 한달여 남았을 때 참다못해 인터넷에서 주어들은 대로 내용증명을 발송했더니 며칠 만에 약속한 날짜에 세를 빼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때 중개업소가 한 일은 “기다리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뿐이었다. 집주인에게 연락했다는 말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오피스텔이란 이유로 아파트보다 비싼 중개수수료를 줘야 했다. 
 
세 번째 거래도 기억난다. 생애 첫 투자였다. 이때 중개업소 사장님이 인상적이었다. 아파트를 매입하고 동시에 세를 놓을 때는 매매 건의 중개수수료만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분은 두 건의 수수료를 다 받았다. 
 
네 번째는 집을 파는 데 1년 넘게 걸린 건이다. 그 사이 중개업소에서 전화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너무한다싶어 전화를 했다가 사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집을 내놓은 중개업소가 아니라 다른 데서 연락이 와 계약이 성사됐다. 계약을 체결한 뒤에야 당시 급등하던 시세보다 싸게 거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중개업소 사장님은 관련 질문에 함구했다.  
 
다섯 번째 중개업소 사장님은, 첫 계약서 작성 후 마지막 잔금을 치르는 사이 집값이 오르지 않았냐며 셀프등기를 한다는 내게 굳이 자신이 지목한 법무사에게 등기신고를 대행하게 해달라고 졸랐다. 
 
이렇게 되짚어 보니까 내가 했던 부동산 계약의 절반 이상이 황당하고 어이없고 화가 나는 경험들이었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왜 부동산 계약을 할 때마다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증권사처럼 전국망을 깔아놓고 매도 희망자와 매수 희망자가 직접 거래하되, 중간에 법적 문제가 있는지와 등기업무 등 전문적인 업무만 대신해 주는 누군가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잘 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다. 하나하나가 다 일자리이고 11만개의 표밭인지라 아파트 단지 앞 상가의 절반이 부동산 중개업소로 들어찬 오묘한 풍경이 자연스럽게 익스큐즈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아파트를 사서 이사할 당시 근처에 복비를 절반만 받는다고 큼지막하게 내건 중개업소가 있어 저긴 어떤 곳이냐고 묻자 “나쁜 놈”이라고 일갈했던 중개업소 사장님도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99만원에 매매계약을 대행해 준다던 변호사들은 장사를 하는지 마는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지난 2월초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개편 권고안을 두고 말이 많다. 그날 저녁 TV 뉴스에는 어느 중개업소 사장님의 “수수료를 많이 받으면 우리가 그만큼 서비스를 더 잘 해주고”라는 코멘트가 나왔다. 돈을 많이 받으면 무슨 서비스를 더 잘 해준다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잘 모르겠다. 돈을 덜 내서 못 받는 서비스는 무엇인지도.    
 
이제 몇 달 후면 국토교통부가 권익위의 안을 검토해 새로운 수수료율을 발표할 것이다. 살 집을 구경할 때마다 돈을 내라는 황당한 방안을 포함한 권고를 국토부가 어떻게 결론 내든 소비자 혹은 중개업소 사장님들께 욕먹을 확률은 대단히 높아 보인다. 
 
사족. 언젠가는 부동산 중개는 사람의 일이 아닌 IT의 일로 편입될 것이라 예상한다. 주식 거래처럼.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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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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