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을 대상으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중재소송에서 최종 승리할 경우 약 1조원 가량의 풋옵션을 되사들여야 하는데, 기업공개(IPO)나 제3투자자 물색 등 출구전략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어피니티와 풋옵션 분쟁을 두고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어피니티 FI 법인 관계자 2명과 딜로이트안진회계 임원 3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풋옵션 가격 산정 과정에서 자의적인 행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평가업무 기준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안진을 고발한 바 있다. 어피니티 역시 2019년 3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최근에는 여론전으로 확대됐다. 교보생명과 어피니티는 각각 보도자료 등을 통해 풋옵션 가격산정, 공소장 등에 관한 입장문을 내면서 장외 설전을 펼쳤다. 어피니티가 "주식 가격 산정에 위법적인 행위는 없다"고 주장하자 교보생명은 "위법한 사항에 대한 본질을 호도한다"며 즉각 반박문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승기를 잡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피티니 관계자들이 최근 기소되면서 분위기가 교보생명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풋옵션 관련 소송전이 교보생명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어피니티 측의 기소는 어느 정도 데이터에 의거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교보생명이 당장은 유리한 입지를 잡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어피니티 쪽에서 과도하게 요구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양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고 볼 수 있었으나 현재는 교보생명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현재 어피니티가 풋옵션을 행사한 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으로 약 2조원을 상회하며, 신 회장이 원하는 가격인 주당 24만5000원으로 맞춰지면 약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앞서 신 회장은 어피니티에게 △FI 지분 제3자 매각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IPO 후 차익 보전 등 세 가지 협상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FI 지분의 제 3자 매각의 경우 지분을 인수할 백기사를 찾아야 하며, ABS 발행도 지분을 현금화 해야하기 때문에 가격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IPO 흥행 여부도 장담할 수는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PO를 추진한다고 해도 결국 흥행 여부가 중요 요소로 여겨지는데, 현재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나 업계 시장상황을 봐도 흥행몰이를 할 만한 재료가 없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 풋옵션 관련 사안이 재판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추후 풋옵션 가격이 결정되면 그에 맞는 엑시트 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 중재소송까지 가게 된 배경이 풋옵션 가격 때문인데, 이 가격이 합리적으로 산정된다면 출구전략을 찾기도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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