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전문가 패널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우리나라가 노력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고 한국이 협정문을 위반한 바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한-EU FTA 제13장을 구속력 있는 의무로 판단하고 권고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하지만, 패널의 판단을 존중, 이행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한-EU FTA 전문가 패널 결과보고서' 관련 브리핑에서 이 같이 말했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패널은 앞서 EU가 제기한 쟁점에 대해 개정 전 노조법(12월 9일 노조법 개정)의 일부 개선을 권고하면서도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한국의 노력을 인정했다.
패널은 노동조합의 가입 범위와 노조 임원의 자격 등 두 가지 측면에서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우선 패널은 노조의 가입 범위와 관련해서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규정한 법 제2조 제1호와 노조의 결격사유를 규정한 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자영업자, 해고자, 실직자 등 모든 근로자가 기업 또는 초기업 단위노조에 가입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노조 임원의 자격과 관련해서 노조법 제23조 제1항에서 노조 임원은 조합원 중에 선출돼야 한다는 요건을 삭제해 노조가 임원을 자유롭게 선출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패널이 한-EU FTA 제13장(무역과 지속가능발전)을 구속력이 있는 의무로 판단하고 권고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하지만 패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그 이행을 위해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13장은 노동·환경 분야에서 당사자가 준수해야 할 국제 규범 및 국내법 진행 등을 규정하고 있다.
패널 보고서와 관련해 정부는 노조법과 관련한 두 가지는 지난해 12월 법 개정으로 이행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패널의 권고는 노조법 개정 전인 11월 25일까지의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어, 12월에 개정된 노조법의 내용을 반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노조의 가입 범위와 관련해서 올해 7월 6일부터 개정 노조법 등이 시행되면 노조 조직 형태와 관계없이 해고자 등의 노조 가입이 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2004년 대법원 판례 이후 해고자, 실직자 등이 이미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또 패널이 언급한 자영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관한 것으로 우리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은 매우 폭넓게 규정돼 있어 특고의 노조 설립과 가입을 인정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배달기사, 보험설계사 등 다양한 특고 노조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
노조의 임원 자격과 관련해서는 노조 자체규약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면서도 국내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우리 기업별 교섭관행과 노조 임원의 역할 등을 고려해 기업별 노조에 한해 노조 임원은 그 회사에 종사하는 조합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패널은 한-EU FTA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가 비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의미며 2017년 이후 3년여간 우리나라가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고려할 때, 한국이 협정문을 위반한 바 없다고 판단했다.
박 차관은 "한국 정부는 현재 국회 외통위에 계류 중인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한-EU FTA 협정문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EU측에 패널의 권고사항이 최근 노동법 개정을 통해 해소됐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2019년 7월 EU는 우리나라가 한-EU FTA 제13장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 당사자간 합의를 거쳐 2019년 12월 패널의 활동이 시작됐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한-EU FTA 전문가 패널 결과보고서' 관련 브리핑를 실시했다. 사진은 박 차관. 사진/뉴시스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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