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자매’ 문소리 “누구는 지구도 폭파시키는 데(웃음)”
“사건 드라마틱함 아닌 인물 감정 드라마틱함이 앞선 영화다”
영화 속 아역 장면 너무 공감…“왜 그렇게 어른들은 그랬는지”
입력 : 2021-01-25 00:00:01 수정 : 2021-01-25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뭔가 설명이 안되지만 많이 다르다. 배우 문소리에 대한 단상이다. 분명 상업 영화에 편중된 대중 영화 배우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의외로 대중성이 풍부한 작품의 숫자가 적다. ‘대중성의 잣대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고 콕 집어 반문한다면 사실 그것도 애매하긴 하다. ‘문소리란 배우의 인지도 그리고 이름값을 논하자면 성수기특급 흥행작 한 편 정도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하고 자리를 잡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흥행성이 그를 비껴간 것도 아니다. 흥행 영화보단 꽤 괜찮은 화제작들이 유독 그의 출연작으로 몰려 있는 점은 그래서 흥행성에 대한 반문으로 들이대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자신이 출연해야 할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고, 또 작품을 대하는 자세도 남다르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문소리다. 한국형 컬트영화의 레전드로 불리는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남편이란 점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젠 문소리를 장준환의 아내또는 배우 문소리로만 국한시킬 가능성은 점점 더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오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세자매의 문소리, 그는 배우이면서 프로듀서로 이 작품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미 감독으로서도 역량을 펼친 바 있다. 점점 그는 영화인그 자체로 자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배우 문소리.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세자매와 문소리는 좀 특별한 인연이다. 단순하게 배우-작품의 관계만이 아니다. 그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로서 제작 과정에도 참여했다. 뭔가 지분이 있어서도 아니다. 사실 지분이라면 극중 자신의 언니 역할로 출연한 후배김선영이 있어도 있어야 했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승원 감독이 바로 김선영의 실제 남편이기 때문이다.
 
그러게요(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 제가 좀 깊게 들어갔죠. 제가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정말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었어요. 그냥 초고 시나리오 하나만 있었죠. 근데 읽어보니 제 눈에 가능성이 좀 보였어요. 그래서 감독님 그리고 메인 프로듀서였던 PD님과 만나서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죠. 그 과정에서 캐스팅과 제작 과정까지 논의를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공동프로듀서제안을 받아서 하게 됐어요. 뭐 작품에 보탬 되는 일인데(웃음)”
 
시나리오 초고 단계에서부터 감독과 함께 논의를 했기에 궁금했다. 요즘 여성 영화가 꽤 자주 나오고 있다. 그래서 세자매도 그런 트렌드를 따라 여성 세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영화의 흥행 참패를 제작 단계에서 고민해 보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물론 질문에 대한 논의도 분명히 있었단다. 하지만 세자매는 시작부터 다른 지점에서 출발했었다고.
 
배우 문소리.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여성 영화를 만들겠다가 시작은 아니었어요. 감독님이 여배우들이 나오는 치열한 스토리가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셨대요. 그러니깐 여배우가 먼저였고, 그래서 세자매가 나온 거죠(웃음). 사실 저희 영화는 극적인 구성 자체가 아니잖아요. 누구는 지구도 폭파시키면서(남편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영화를 만드는데. 하하하. 우린 그런 공식을 정확하게 반대로 끌고 가 봤죠. 사람의 마음을 극적으로 배치하고 사건은 그렇게 특별한 게 아닌 걸로.”
 
그렇게 구성된 세자매의 첫 째 희숙’(김선영) 그리고 둘째 미연’(문소리) 마지막으로 셋째 미옥’(장윤주)이 완성됐다. 연기에 대해선 국내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실력자 3인방이 모이게 됐다. 이들 세 명 중 문소리가 나이와 경력면에서 단연코 가장 압도적인 선배다. 하지만 문소리가 세자매의 미연을 준비하면서 첫 번째 난관에 부딪치게 됐다. 이건 별거 아닌 것 같았지만 의외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했다고. 바로 미연의 독실한 크리스천 캐릭터다.
 
전 사실 아주 오래된 불자에요(웃음). 종교적으로 제가 거부감이 들었던 것인 그런 건 아니에요. 당연히 연기이니(웃음). 교회 문화도 잘 모르고 디테일에 대한 것도 그렇고. 근데 미연 분량에서 교회가 포함되는 게 꽤 많아서 그걸 습득하는 게 첫 번째였어요. 그리고 성격도 사실 미연과 저는 맞지는 않아요. 제가 남자 형제만 있어서 자매와의 관계를 사실 잘 몰라요. 물론 성격의 일 부분은 그런 점도 있겠지싶었지만. 아무튼 촬영 직전까지 뭔가 확 끌어 앉았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배우 문소리.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반면 두 후배의 존재감은 선배 문소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단다. 특히 그는 김선영의 연기에 감탄을 자아내며 존경한다는 선배로서 최고의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장에서 남편인 이승원 감독과의 일화도 소개하면서 조금은 아찔했지만 부부 시너지가 너무 괜찮았다는 뜻으로 김선영의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을 전하며 최고였단 칭찬을 거듭 전했다.
 
제가 김선영에게 지어진 별명이 지하암반수에요(웃음). 연기를 보고 있으면 지하 몇 백 미터에서 바위를 뚫고 나오는 깨끗한 물의 힘이 느껴지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내 마음까지 뻥 뚫리는 느낌이었어요. 현장에서 김선영이 도착하면 제가 암반수씨 오셨어요라고 인사를 했었죠. 하하하. 그러면 선영이가 저한테 육각수 언니 왜 그러세요라고 다시 인사를 하고요(웃음). 꼭 한 번 같이 하고 싶던 후배였는데 이렇게 함께 해서 너무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요.”
 
사실 김선영과 문소리가 출연을 결정했지만 막내 미옥역에는 마땅한 배우가 없었단다. 제작비가 넉넉한 상업 영화도 아니었기에 이름값이 높은 특급 스타를 캐스팅하고 싶어도 마땅치가 않았다. 물론 해당 배우가 출연을 승낙해야 하는 관문도 남아 있었다고. 모두가 고민을 하던 중 한 제작진이 우연히 장윤주를 언급했고 모두가 무릎을 치며 만세를 불렀단다.
 
배우 문소리. 사진/리틀빅픽처스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답을 찾은 기분이었죠.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됐다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베테랑이후에 장윤주가 연기를 하나 싶었어요. 뭐 할 의지만 있다면 이건 완벽한 그림이겠다 싶었죠. 당장 저와 김선영이 달려가서 만났어요. 만나서 우리 셋이 정말 많은 얘기를 했는데 선뜻 대답을 안하더라고요. 저랑 김선영이 장윤주가 화장실 간 사이에 안 할 거 같지라며 낙담했는데. 며칠 뒤에 하겠다란 말에 너무 기분 좋아 다시 만세를 불렀어요(웃음). 2019년 말에 우리 세 가족이 연말 파티까지 함께 했어요. 하하하.”
 
세자매에선 성인 배우들과 이 배우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 배우들의 얘기가 교차로 등장한다. 눈길을 끄는 모습은 사실 아역 배우들의 분량에서다. 문소리를 그 장면을 떠올리며 자신도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가까울 정도로 싫었던경험이 있었단다. 영화 속 등장 장면과 너무도 흡사한 장면이었다며 웃지만 당시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고.
 
정말 영화에서 너무 공감되는 장면이었는데, 바닷가에서 어린 아역들이 노래 부르는 장면이요. 어우(웃음) 저도 똑 같은 경험이 있었어요. 제가 어린 시절에는 부끄러움도 많이 타고 굉장히 내성적이었는데 왜 그렇게 어른들은 모이시기만 하면 애들한테 노래를 시키셨는지(웃음). 그런데 또 웃긴 건 그런 어린 시절의 문소리가 지금은 배우를 하고 있으니 하하하. 아무튼 어린 시절 그 당시의 난처함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어요. 지금도 생각이 나네요(웃음).”
 
배우 문소리. 사진/리틀빅픽처스
 
세자매는 결과적으로 사과를 말한다. 영화 스포일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되기에 정확하게 서술할 수는 없지만 문소리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사과에 대한 아주 직설적인 대사를 쏟아낸다. 누군가는 그 장면을 보고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장면에서 뜨끔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배우 문소리 이전에 엄마로서 그는 사과에 대해 어떤 부모일까.
 
제가 엄마가 되니 이상하게 자식에게 사과를 할 일이 많아 지더라고요. 이제 딸이 11세 인데 뭔가 딸이 잘못했다고 판단이 돼도 사실 그건 제가 잘못한 게 맞더라고요. 점점 더 엄마인 제가 딸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외출할 일도 적어지고. 미안하죠. 어제도 못봤고, 오늘도 자는 모습만 보고 나왔어요. 제가 열심히 하면 연두’()가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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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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