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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난항" 쌍용차, 'P플랜' 가동 검토…다음주 결론
마힌드라·HAAH·산업은행·노사 입장차 원인…업계 "차라리 신속한 P플랜이 낫다"
2021-01-20 06:08:17 2021-01-20 06:08:17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쌍용자동차가 '사전회생계획안(이하 P플랜)' 돌입을 검토하고 있다. P플랜이 법정관리의 일종이어서 예기치 못한 경영 상황이 벌어질 수 있지만, 매각의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지지부진한 현재 상황에서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 후보인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이하 HAAH), 산업은행, 쌍용차 노사 등은 P플랜 적용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회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 후보인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이하 HAAH), 산업은행, 쌍용차 노사 등은 P플랜 적용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쌍용차
 
P플랜은 법원이 기존의 빚을 신속히 줄여 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법정관리의 강제력 있는 채무조정과 원활한 신규 자금 지원이 가능한 워크아웃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법으로 법원이 2~3개월 동안 강제적으로 초단기 법정관리를 하게 된다. 
 
P플랜은 신속하게 기존 채무를 털어낼 수 있어 신규자금 지원 효과가 크다는 게 장점이지만 이 역시 엄연한 법정관리의 일종이다. P플랜이 적용되면 쌍용차는 부도 상태로 간주되기 때문에 거래처 등과의 기존 계약이 무더기로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갖는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P플랜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 새 투자자로 유력한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 산업은행, 쌍용차 노사 간 4자 협의체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목표대로라면 오는 22일 본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이는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그 배경으로 마힌드라 그룹과 HAAH와의 갈등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27% 중 20%를 2년 이상 보유하고, HAAH는 마힌드라에 매각완료 후 추가로 필요한 자금을 요청하지 않기로 서로 마무리지었지만, 마힌드라가 최근 HAAH에 매각 조건을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해 쌍용차 노사에 내건 조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임금협상 주기를 현재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흑자전환 시까지 파업을 중단할 것으로 요구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국민 혈세를 추가로 지원하는 데 따른 비난 여론을 잠재울 만한 명분이 필요해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가 임금협약 3년 주기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국내 최초의 선례를 남기게 된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무분규 선언 이후 쟁의행의를 한 적이 없어 쟁의행위 금지와 관련해서는 산은의 요청대로 서약서를 써줄 가능성이 크지만, 3년 주기의 임금협약은 전체 노동계의 비난 화살을 모두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쌍용차 인수자인 HAAH는 하루라도 빨리 매각을 마무리하자는 입장이지만 지지부진한 협상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는 쌍용차를 인수해 북미 시장에서 쌍용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HAAH가 오는 23일 한국을 떠나게 될 경우 쌍용차 매각이 아예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관건은 마힌드라가 P플랜 돌입을 동의할지 여부다. 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차 지분 74.65%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P플랜이 시작되면 대주주 지분 감자가 가능하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경영권은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또 마히드라가 소유한 주식은 소각돼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수 없는 등 손실폭이 늘어나게 된다. 마힌드라는 2011년부터 쌍용차에 투자해온 최소 약 5000억원의 돈을 날리게 될 수 있어 ARS 프로그램 내 원활한 협상으로 마무리하는 게 최선일 수 있는 것이다. 
 
마힌드라는 지난 1일 인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P플랜을 한 차례 언급한 바 있어 P플랜에 최종적으로 동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니시 샤 마힌드라 CFO는 "만약 매각이 불발되면 P플랜 방식의 회생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다른 옵션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에 대주주 지위를 중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P플랜이 법정관리의 일종이지만 법원 주도로 신규자금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쌍용차의 빠른 회생을 위해서는 최선의 방법같다"며 "매각 기로마다 인도 감자 규정 등을 시작으로 문제가 터지는데 쌍용차 유동성 문제를 빠르게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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