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외제차 덕에 '음주운전치상 무죄' 받은 중국인 유학생
입력 : 2021-01-19 12:14:52 수정 : 2021-01-19 14:28:29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음주운전자가 일시 후진하던 중 뒷차를 들이받아 사람을 다치게 했더라도, 사건 당시 차량 시동이 꺼진 상태였다면 음주운전죄 책임만 물을 수 있고 위험운전치상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죄로 기소된 중국인 유학생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음주운전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운전석에 탑승해 운전해 가려 했으나, 피고인도 시동을 걸지 못했고 차량이 후진하면서 이 사건 추돌 사고를 야기한 사실관계를 법리에 비춰 살펴보면 피고인이 운전하려는 의도로 제동장치를 조작해 차량이 뒤로 진행하게 됐더라도, 시동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던 이상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사건 당시 차량은 피고인의 의지나 관여 없이 경사진 도로에서 뒤로 움직인 것으로 '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같은 취지로 음주운전치상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7월17일 오전 4시50분쯤 서울 마포구의 한 번화가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8%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우디 승용차를 약 100m 가량 운전한 혐의(음주운전)로 기소됐다. 또 차량을 일시 정지한 뒤 후진하다가 뒤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아 택시안에 타고 있던 운전자에게 전치 2주의 치료를 요하는 허리부상을 입힌 혐의(위험운전치상)를 함께 받았다.
 
1심은 두 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위험운전치상죄를 무죄로 판결하고 음주운전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죄를 적용하려면 후진시 차량을 운전해야 하는데 A씨의 아우디 차량 시동이 꺼진 상태였기 때문에 운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가 몰았던 차량은 아우디 A7 차량(2013년 식)으로 'STOP&GO' 기능이 장착돼 있었다. 주행하던 차량이 정차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엔진이 꺼지지만 차량 전원은 꺼지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다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뗄 경우 엔진 시동이 다시 걸리는 기능이다. 운전석 안전벨트 체결, 운전석 문 닫힘 등의 작동조건이 만족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동 해제된다.
 
재판부가 사건 당시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와 CCTV, 사고현장 차량시험영상 등을 토대로 심리한 결과,  A씨는 동승자에게 후진을 맡기고 내렸다가 동승자가 후진을 제대로 못하자 다시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는데, 이 과정에서 'STOP&GO' 기능이 해제돼 시동이 완전히 꺼진 상태였다.
 
재판부는 "사건 지점 도로에서 피고인의 차량과 동일한 차량에 앉은 사람이 시동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경우 차량이 뒤로 밀려 움직이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추돌 사고 당시 차량의 엔진 시동은 꺼진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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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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