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름만으로도 수백만 관객을 끌어 모은다’는 배우들이다. 내용은 상관없이 ‘이들이 출연하느냐 안 하느냐’로 관람을 결정하던 시기가 있었다. 사실 지금도 이들의 출연 여부만으로도 고사 직전 극장가를 되살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배우 최민식 송강호 그리고 설경구 이들 세 배우의 티켓 파워는 충무로 영화인이라면 도저히 이견을 달 수 없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배우는 2019년을 기점으로 신작 개봉이 없다. 한때는 티켓파워 못지 않게 충무로 다작 배우로 유명했던 세 배우였다. 최민식은 2019년 12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송강호는 2019년 7월 ‘나랏말싸미’, 설경구는 2019년 10월 ‘퍼펙트맨’이 마지막이다. 또한 공통적으로 마지막 작품 모두가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흥행에 실패했다. ‘코로나19’ 직전 모두 개봉했다고 하지만 성적표가 처참했다.
이들 세 배우는 각각 작년 한 해를 통째로 쉬면서 신작 작업에 몰두했다. 각각 올해 절치부심으로 작업했던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상업 영화 사장 최다 관객 수 기록을 보유한 ‘명량’의 주인공 최민식은 올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 예정이다. 먼저 스크린에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와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 기다린다. 강렬하게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주로 선보여 온 최민식은 이번 두 작품에선 앞선 자신의 이미지와는 색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안방극장 작품 선택이다. 1997년 ‘사랑과 이별’ 이후 드라마 출연을 자제해 온 그는 드라마 ‘카지노’로 안방극장 복귀를 선택했다. ‘범죄도시’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이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최민식은 카지노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주인공을 연기한다.
작년 ‘기생충’으로 아카데미를 휩쓸며 세계적인 배우로 떠오른 송강호는 총 3편의 영화를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세 편 모두 장르적, 규모 면에서 차별성이 뚜렷하다. 가장 주목되는 작품은 ‘비상선언’이다. 항공재난액션 영화이면서, ‘관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에 이어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국내 상업 영화 사상 최고의 라인업으로 주목되는 작품이다. ‘비상선언’과 달리 그가 출연을 확정한 ‘1승’은 독립영화 스타일의 저예산 작품이다. 인생에서 단 한번의 성공도 맛본 적 없는 배구 감독이 단 한번의 1승만 하면 되는 여자 배구단을 만나면서 도전에 나서는 얘기로, 그는 배구단 감독 역으로 출연한다. 연출은 충무로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관을 구축해 온 신연식 감독이 맡는다.
마지막으로 ‘브로커’는 일본 출신의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국내 상업 영화 연출작이다.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다. 송강호와 강동원 그리고 배두나가 출연을 확정했다.
앞선 두 배우 대비 설경구는 올해 가장 많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준익 감독이 흑백으로 촬영한 사극 ‘자산어보’를 통해선 실제 역사 속 실존 인물 ‘정약전’을 연기한다.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을 통해 인연을 맺은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에선 대통령을 꿈꾸는 야심 많은 정치인,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특별 감찰에 나선 검사와 대결하는 ‘야차’로 불리는 한 남자로 출연할 영화 ‘야차’, 지방 소읍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에 대한 재수사에 나선 수사반장의 얘기를 그린 ‘소년들’, 영화 ‘독전’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까지. 장르적으로도 가장 화려하고 또 스토리면에서도 가장 상업적인 작품들로 올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름 하나 만으로도 수백만의 관객을 끌어 모으던 이들 세 배우가 올해 데뷔 이후 가장 박진감 넘치고 숨가쁜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꽁꽁 얼어 붙은 극장가 역시 이들 세 배우의 복귀를 누구보다 반기고 있을 듯하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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