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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증금 떼일 위기’ 청년들, 대화와 연대로 1년만 '웃음'
못 받은 보증금 64명 4억, 코로나 여파 속 개선 노력 결실
2021-01-11 06:00:00 2021-01-11 12:49:01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기존 사회주택 운영업체의 부실 운영으로 보증금이 떼일 위기에 처했던 청년들이 협회와 다른 사회주택 사업자들의 대화와 연대로 1년여만에 위기를 벗어났다.
 
10일 서울시와 사회주택관리 등에 따르면 드로우협동조합은 서울시가 진행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희동, 갈월동, 구로동, 역삼동 등에 15개동 166호 사회주택을 운영했다.
 
하지만, 2019년 들어 드로우가 방만 경영으로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파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해당 사회주택에 입주해 있던 청년들은 보증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계약기간 만료로 퇴거했지만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청년만 64명, 보증금은 4억2600만원에 달했다. 
 
당시 이들 세입자를 위한 보증금 보호제도도 갖춰져 있지 않던 상황에서 일부 청년들은 드로우를 대상으로 소송을 검토했지만, 대부분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불안에 시달렸다.
 
서울시도 드로우 면담, 회생 전문 법무법인 컨설팅 등으로 방법을 찾았지만, 서울시나 SH공사 등의 인수나 자체 예산 투입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이러한 상황을 접한 사회주택협회와 사회주택 사업자들은 수차례의 내부 협의 끝에 2019년 12월 서울시로부터 드로우 사업장 중 13개동 152호의 사업권을 인수했다. 
 
다른 사업자가 이미 부채만 남긴 사업장을 인수해야 할 법적 의무는 이들에게 없지만, 사회주택 활성화와 세입자 보호라는 공감대를 이뤄 협회 산하에 SPC 사회주택관리를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사회주택관리 관계자가 작년 1월 입주자들을 만나 인수한 부채 상환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사회주택관리
 
사회주택관리는 곧바로 작년 1분기까지 미반환 임대보증금 지급 완료를 목표로 부채상환계획을 수립했다. 주거복지재단으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아 미반환 임대보증금의 일부와 미납된 공과금을 납부했다.
 
수익을 내려면 새로운 입주자 유치가 필수인만큼 사회연대은행과 함께 입주자 보증금 무이자 지원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이어 재단법인 밴드로부터 대출받아 3월까지 나머지 정산절차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라는 장벽에 부딪혔다.
 
사업장이 대부분 대학가 인근에 위치한 탓에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입주자가 95명에서 30명대로 줄어 사업 수익이 크게 낮아졌고, 당초 계획과는 달리 추가 자금까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 
 
청년들은 연일 민원과 상환 독촉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어졌지만, 사회주택관리는 매일 저녁마다 입주자를 만나 대화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늦어도 올해 안에 상환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인기가 없는 2인실을 모두 1인실로 변경해 거주환경을 개선하고 전체 월 임대료를 5만원 가량 인하했다. 주기적인 청소와 방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지됐던 정수기·인터넷 등 편의시설 사용 재개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면서 청년들도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사회주택관리엔 18개 사회주택협회 회원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자본금을 확대했다. 사회주택협회에서 조성한 기금을 대여하고 마을과집협동조합에서 2억원,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에서 1억원의 자금을 출연해 사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마침내 사회주택관리는 약속대로 작년 연말까지 기퇴실자와 거주자 모두의 보증금을 반환 완료했다. 현재는 입주자도 48명(38%)까지 늘어난 상태다.
 
한영현 사회주택관리 대표는 “입주자 및 퇴거자, 그들의 가족과 지인까지 500여명의 보증금 반환 요구 민원, 소송에 직면했지만, 끊임없이 대화하며 신뢰를 만든 덕분에 연말까지 상환을 마쳤다”며 “협회와 다른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이제는 정상적인 운영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입주자 보증금 보호제도를 갖추고 사업자 심사기준도 강화했으며,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한 드로우에 대해서는 수사의뢰한 상태”라며 “소송 문제로 사회주택관리에서 인수하지 못한 채 남아있는 세입자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 운영으로 청년임차인들의 보증금 위기를 몰고 온 사회주택을 인수해 해결한 사회주택관리 임직원들이 지난해 8월6일 서울의 한 사회주택 내부를 방역하고 있다. 사진/사회주택관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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